‘코스닥과 비리’의 악연은 뿌리가 깊다. 이용호 게이트의 관련 기업인 삼애인더스 스마텔 레이디 등은 모두 거래소 상장 기업이었다. 또 올해 초 추가로 이름이 오른 한별텔레콤도 역시 거래소 기업. 그런데도 코스닥지수가 급락했다.
윤태식씨의 ‘패스21 사건’이 터졌을 때도 코스닥지수가 흔들렸다. 패스21은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인데도 말이다.
코스닥시장측은 답답한 마음에 올해 초 “연이은 각종 게이트에도 불구하고 코스닥 등록기업들이 비리와 연관되지 않아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무슨 비리이건 터지기만 하면 코스닥이 흔들리니 코스닥 관계자들이 억울하게 여길 만도 하다.
이번 경우를 보자. 강원랜드와 장미디어는 코스닥 기업이긴 하다. 그러나 한두 개 기업이 비리에 연루됐다고 코스닥시장 전체가 며칠째 요동치는 현상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이렇다 보니 “비리와 지수의 관계를 추적해 ‘비리 민감도’라는 것을 계산할 수 있다면 코스닥이 세계 최고일 것”이라는 비아냥거림이 증권가에 나온다.
이유가 뭘까? “코스닥이 시장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2000년 코스닥이 기록적인 거품을 보였을 때 그 거품을 부추긴 부도덕한 기업인들의 주가 조작이 지금 이 같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오재원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시장에서 신뢰를 잃기는 쉽지만 회복하는 데는 열 배 스무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의 일 아니냐’고 항변해도 소용없다.” (장영수 동부증권 기업분석팀장)
이번 사건으로 코스닥은 또다시 신뢰에 흠집을 냈다. 코스닥시장과 기업 경영이 투명해지지 않는다면 ‘비리 민감도 세계 최고’라는 오명은 쉽사리 씻겨지지 않을 것이다.
이완배기자 경제부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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