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가슴 아프게’라는 가수 남진씨의 노래를 편곡해 일본열도를 열광케 하면서 한국 연예계의 일본 진출의 물꼬를 튼 중견 가수 이성애(李成愛·50)씨.
당시 수많은 곡으로 팬들, 특히 남성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이씨는 지금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평범한 주부이지만 월드컵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설렌다.
지난해 대전시로부터 뽀빠이 이상용, 탤런트 유지인씨 등과 함께 월드컵 홍보위원으로 선정돼 대전에서 열리는 월드컵 관련 행사 때마다 빠짐없이 참석하는 등 바쁘기 때문.
행사장에 나타난 그를 기억하는 시민들은 “세월은 속일 수 없네”라거나 “어쩌면 저리 늙지도 않을까”라는 다양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좀처럼 대전에서 거주하는 연예인을 볼 수 없는 시민들은 월드컵 행사장에 나타난 이씨를 보며 다시 한번 월드컵을 생각하게 된다.
“스포츠광인 남편의 영향 탓인지 월드컵 홍보위원이 돼 달라는 대전시의 부탁에 흔쾌히 응했어요. 오히려 더 많은 일을 맡겨줬으면 좋겠는데….”
70년대 말 지금의 남편(차상철 충남대 교수)을 만나 잠시 외국에서의 유학생활을 마친 뒤 88년부터 15년째 대전에서 살고 있는 이씨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월드컵 얘기를 꺼낸다.
10년째 진행하고 있는 극동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인 ‘이성애의 사랑편지’에서 그는 직접 방송원고를 쓰며 월드컵 얘기를 꼭 집어넣는다.
“꽤 유명한 음식점인데 화장실은 겉모습과는 다르던데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만나면 먼저 인사하는 게 어떨까요.”
아직도 낭랑하면서도 편안한 그의 목소리는 월드컵과 관련한 어느 단체의 캠페인보다도 시민들의 피부에 깊이 와 닿는다.
최근에 애정을 갖고 활동하는 대전지역 ‘좋은 어머니 모임’ 등에서도 그는 이런 말을 잊지 않는다.
“일본에서 활동할 때 일본사람들이 보여준 열성과 환호는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 우리의 그라운드에서 뛰는 외국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준다면 그들은 ‘코리아’라는 무대를 평생 잊지 않을 겁니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