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모 대학원의 교육공학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A씨(31·여)는 97년 남편 B씨(36)와 결혼해 임신한 직후 휴학했다. A씨는 다음해 아들을 낳은 뒤 학교로 돌아가려 했지만 남편의 반대에 부닥쳤다.
공부를 중도에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한 A씨는 99년 복학을 강행했다. B씨는 “이기적인 처사”라고 비난했고 이후 부부싸움도 잦아졌다.
쌓여가던 갈등이 폭발한 것은 아들이 사고로 화상을 입은 99년 3월. 아들이 뜨거운 보온병 물에 다리를 데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던 A씨는 나중에야 이를 발견한 B씨에게 혹독한 질책을 들어야 했다.
B씨는 “학업에만 몰두해 아이에게 소홀했다”며 A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다. A씨 역시 “양육과 가사를 일방적으로 미룬다”며 맞소송을 냈다.
사건을 맡은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황정규·黃正奎 부장판사)는 지난달 말 “두 사람은 이혼하고 B씨는 A씨에게 위자료 8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자녀들을 양육하기 위해서는 부부 중 일방의 사회적 활동이 제약받는 등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라며 “그러나 양육의 책임은 부부 공동의 것이므로 서로의 이해와 협조로 해결해야지 한쪽에만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