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인 폴 크루그만은 9일 ˝제3차 석유위기를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지금은 73년과 상황이 다르다 며 크루그만 교수와는 다소 엇갈린 태도를 보였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9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회견에서 ˝유가 상승은 미 경제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필요하다면 전략비축유 사용이나 석유세를 내리는 방안 등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제 3차 석유위기? =크루그만 교수는 뉴욕타임스의 칼럼에서 유가 상승이 소비자 구매력을 약화시키는 형태로 제3차 석유위기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수요에 비해 석유공급량이 하루 700만 배럴정도 넘치고 있어 이라크가 하루 200만 배럴 공급을 중단한다해도 석유위기가 오지 않지만, 이란과 리비아가 가세할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79년 2차 위기 이후 서방 국가들이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 위기에 대한 내성을 키웠지만 최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대의 급격한 석유소비 증가로 유가는 다시 중동정치상황의 인질이 됐다고 말했다. 배럴당 10달러가 오르면 세금을 700억 달러 늘리는 효과가 있으며 이는 이제까지 낙관적 경제전망을 가능케한 중산층과 저소득층 가정의 구매력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으며 결국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 석유 위기는 있지만 쇼크는 없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지금의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73년 석유파동을 주도했던 당시와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OPEC의 석유 수출량이 당시 세계석유공급의 50%에서 현재 30% 수준으로 떨어진데다 일부 회원국은 금수 조치로 오히려 시장 지분을 잃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것.
추가 금수조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이야기다.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의 불안정성이 경기 회복 속도에 다소 영향은 주겠지만 경기 회복의 물줄기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향후 몇 개월간은 석유소비 비수기라는 점도 세계 경제에는 길조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지금은 73년과 상황이 다르다˝고 단언했다. OPEC의 시장 영향력은 현저히 줄어든 반면 미국의 영향력은 막강해져 회원국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쉽지 않다는 것. 게다가 미국과 유럽-아시아 각국은 10억 배럴 이상의 전략비축유를 보유하고 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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