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기업이 아니라 조합원 8만여명을 거느린 금융노련의 이 같은 방침은 그동안 유지되던 한국노총과 경영자총협회 정부 등의 3자 협상구도가 사실상 깨지는 것을 의미해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은 물론 경영계와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주목된다.
▽“임금감소도 수용”〓금융노련 이용득(李龍得) 위원장은 10일 “노사정위원회 합의를 2000년 5월 특별위원회 발족 이후 2년간 기다렸지만 성과가 없었다”며 “조합원들의 기대에 부응해 7월부터 시행하도록 이번 노사협상에서 밀어붙이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위원장은 “주5일 근무제 방식은 연월차수당을 일부 손해보더라도 노사정위가 제시한 ‘합의대안’을 수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는 임금손실이 없는 주5일 근무제를 고수해 온 한국노총의 공식 입장과 정면으로 어긋난 것이다.
금융노련측은 8일 노사정위 실무자와 만나 합의대안을 검토했고 금융노련에 불리하지 않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안은 4시간의 근로시간 감소분과 일요일, 생리휴가에 대한 임금은 보전하되 월차를 없애고 연차휴일을 15∼22일로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금융노련은 이달 중 노사정이 주5일 근무제에 합의하면 따르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금융노련은 한국노총 산하에서 금속노련(12만여명) 택시노련(10만여명) 화학노련(8만여명)에 이어 네 번째로 규모가 큰 산별연맹이다.
▽협상틀 균열 조짐〓금융노련 이 위원장은 “최근 진념(陳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 김상남(金相男) 복지노동수석비서관 등과 잇따라 만나 주5일 근무제 독자추진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9일 밤에도 방용석(方鏞錫) 노동부장관과 별도로 만나 이러한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방 장관은 “노사정위 합의를 존중해달라”고 당부했고 금융노련 교섭의 상대격인 진 부총리와 이 금감위원장도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부는 협상의 틀이 깨지면 업종 및 기업별로 서로 다른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고 힘이 약한 노조는 손해를 보는 등 혼란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노련은 올 임단협에서 손해를 보면서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해도 막강한 교섭력으로 내년에 제도개선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노사정위 한 관계자는 “금융노련의 독자 행동이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의 결단을 앞당기게 할지 아니면 역효과를 낼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노총은 12일 오전 산별대표자회의를 열어 주5일 근무제에 관한 의견을 정리한 뒤 공식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