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들이 바다에 대해 갖고 있는 마지막 희망, 그것은 ‘잡는 어업’의 한계를 뛰어넘어 ‘기르는 어업’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서해 바닷물에는 동물성 플랑크톤이 많아 영양이 풍부하기 때문에 양식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서해에서는 현재 남해에 비해 증·양식이 15년 정도 뒤져 있지만 지역 특성에 맞는 적합한 어종과 장소를 선택하면 수산 양식에 승산이 있다는 것.
이와 함께 사라진 어종들이 다시 찾아오는 바다를 만들기 위한 정책도 뒤따라야 한다.
▽성공 사례〓98년 5월 김양식을 위해 고향인 전북 정읍군을 떠나 가족과 함께 인천 중구 무의도에 정착한 이동일(李東溢·38)씨. 올해 2만속(1속 100장)의 김을 수확해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등을 통해 전량 판매에 성공했다.
이씨가 생산한 김은 손으로 한 장씩 떼어 건조하는 ‘전통 김’ 맛을 80% 가까이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문 판매시 일반 김에 비해 40% 정도 높은 가격인 속당 6000원에 판매할 정도로 좋은 값을 받는다.
이씨는 무의도에서 양식하는 김은 남해에서 생산하는 김에 비해 성장속도는 느리지만 유속의 흐름이 강해 병이 없고, 짠물이 빠지면서 햇볕을 받아 최고 품질의 김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적합한 품종과 장소〓인천은 폐염전과 간석지를 활용해 백합 참굴 바지락 새우 황복 새우 숭어 등 경제성 높은 서해의 특산 어종을 집중 개발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일반 어류 양식은 이미 중국산이 국내시장을 깊숙이 파고든 만큼 고급 패류 양식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서해 신품종 해산물 증양식 계획 품 종 연간 생산량
(t)생산액
(억원)생산 가능
연도비단가리비 2만 1200 2008년 큰이랑 피조개 1만 500 2010년 3배체(無난소)참굴 1만 400 2006년 키조개 5000 250 2010년 황복 5000 750 2005년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국민 1인당 연간 1.7㎏ 정도의 가리비를 소비하는 등 선진국일수록 어류보다 고급 패류에 대한 소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
인천지방해양수산청 수산관리과 노한철 과장(55)은 “옹진군 이작, 자월, 덕적도 갯벌에서 동죽과 바지락을, 여름 수온이 섭씨 23도 이하를 유지하는 백령, 대청도에서는 다시마와 비단가리비, 전복을 양식한다면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어종의 복원과 바다오염 대책〓서해의 전통어종이 사라지고 갈수록 어획량이 줄어드는 것은 무분별한 남획과 바다를 쓰레기장화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바다오염을 막기 위해 어구(漁具)와 어망(漁網)을 새로 구입하려면 옛 어구와 어망을 반납해야 한다. 출어 뒤 항구로 돌아오면 가지고 나갔던 각종 어구와 어망이 제대로 있는지를 확인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매월 ‘해변 정화의 날’을 정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연안 바다 청소를 실시한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홍승현(洪承賢·55) 연구관은 “어종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차원의 인공부화 치어 방류사업과 함께 어린 물고기는 그물에 걸려도 도로 놓아주는 어민들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끝-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