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감독들의 변칙적인 투수기용이 도마위에 올랐다. 이제 페넌트레이스를 소화한지 겨우 각팀당 4게임. 앞으로 팀당 129경기를 더 치러야 하는 장기레이스인데도 벌써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마운드 운영으로 팬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고 있다.
감독들의 변칙은 5일 개막전부터 시작됐다. 현대전에서 SK 강병철감독은 에이스 에르난데스에 이어 9회 선발투수인 이승호를 마운드에 올렸다.
제2선발요원인 이승호는 개막전 다음날 선발로 나가야 하는 투수. 하지만 SK는 인천문학구장에서 열리는 홈 개막전을 잡고 싶은 욕심에 이승호를 멀찌감치 9일 선발로 돌린 상태였다.
강감독은 개막전에서 8회까지 2-2 상황이 되자 사흘 휴식이 남아있는 ‘믿는 도끼’ 이승호를 부랴부랴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올린 것이었다.
선발의 구원변신은 9일에도 계속됐다. 한화 이광환감독은 SK전에서 3-3동점인 7회말 수비 2사 1루에서 ‘정민철 카드’를 뽑아들었다. 정민철은 이틀전인 7일 롯데와의 연속경기 1차전에서 선발로 나가 1이닝 동안 6안타 4실점했던 투수. 경기가 끝난뒤 이감독은 “(정)민철이의 공에 대해 확신할 수 없어 지금 테스트중”이라며 “선발로 안좋았으면 중간계투로 내보내서라도 컨디션을 점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민철은 12일 대구 삼성전에 다시 선발로 등판할 예정.
왼손투수에 대한 욕심이 강했던 삼성 김응룡감독은 SK에서 데려온 오상민에 대한 믿음이 너무 강하다. 오상민은 삼성이 치른 4게임 전경기에 등판했다. ‘어깨가 빠지지만 않는다면’ 투수최다등판 신기록 달성은 문제없다.
감독들의 변칙기용은 결과도 안 좋았다. SK 이승호는 개막전 패전투수에 이어 9일경기에서도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고 한화 정민철은 구원으로 나선 SK전에서 9회 2점홈런을 얻어맞아 하마터면 패전투수가 될 뻔 했다.
혹사당하고 있는 삼성 오상민의 평균자책은 무려 13.50. 한국시리즈 치르는 것도 아닌데 감독들이 너무 경기 하나 하나에만 집착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