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반적으로 애니메이션 시장이 위축되면서 세계적인 유명 제작사들조차 저예산으로 위험부담을 최소화한 작품들을 추구하게 됐고, 이에 따라 플래시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 결과 ‘플래시 강국’인 한국의 제작사들을 통한 테스트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플래시 분야에서만큼은 한국이 제작 인구가 가장 많고 작품 수준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워너브러더스사의 신규 제작물을 진행 협의중인 서울무비는 이미 지난해 ‘해상왕 장보고’(TV 시리즈 25분 5편)로 세계 최초의 TV용 플래시 작품을 선보였고, 세계 최초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위싱 스타’(Wishing Star)를 미국 제작사 C4와 공동 제작하고 있다.
▼미·일서 진일보한 프로그램 개발 땐 선두자리 뺏길 수도▼
원래 ‘모험왕 장보고’는 1∼2분 분량의 짧은 플래시 작품으로 만들어졌으나 이를 본 방송사측에서 ‘TV용으로 만들어도 무리가 없겠다’고 요청해 시리즈물로 만들게 됐다. 보통 TV용 애니메이션 제작에는 편당 6000만∼7000만원이 들어가지만, 플래시로 제작하면서 그 비용이 크게 줄었고 ‘그림, 연출, 색감 등이 웬만한 셀 애니메이션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을 진행한 서울무비의 안재훈·한혜진 부부 감독은 극장판 애니메이션 ‘위싱 스타’의 제작을 맡아 얼마 전 데모(시험판)를 완성했다. 이를 본 미국 제작사측에서 “정말 놀랍다. 한국팀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 최고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답신 메일을 보내왔다. 이에 따라 ‘위싱 스타’는 예정대로 제작에 들어가 80분짜리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계획이다.
인터넷에서나 보던 1∼2분짜리의 간단한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어떻게 TV용, 극장용으로 제작될 수 있는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사실 완성된 작품을 보면 전통적인 셀 애니메이션의 움직임과 색감, 화질 등에서 별 차이가 없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이라 해도 TV용이나 극장용으로 만들어질 때는 전통적으로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는 과정(기획, 시나리오, 콘티, 레이아웃, 원화, 연출, 채색, 촬영, 효과 등)을 그대로 거치면서 단지 촬영이나 효과 과정에서 플래시가 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그림 하나하나를 일일이 따로 촬영해야 했던 예전의 과정이 생략되고, 마우스를 한 번 클릭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런 움직임이 만들어지며 수정 작업도 훨씬 쉬워졌다. 또한 플래시는 여러 가지 영상 표현에서도 편하고 효과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2∼3년씩 걸리던 작업이 6∼7개월로 단축되고, 제작비 부담이 크게 줄어 다양한 실험과 시도가 가능하게 된 것은 우리 애니메이션 발전을 위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플래시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엄격히 말해 플래시는 단지 ‘툴’(tool)일 뿐이다. 지금 우리의 인터넷 환경이 앞서 있어 플래시 강국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해도, 머지않아 미국이나 일본의 애니메이터들 역시 플래시를, 혹은 그보다 진일보한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구사하게 될 것이고 그때도 우리가 웹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성패는 탄탄한 스토리 텔링과 인재 양성에 달려 있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은 우리 애니메이션의 작가층을 확보하는 데 무엇보다 큰 공헌을 하고 있다. 그들이 개성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만들어낼 때 한국 애니메이션의 희망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노성신 / ㈜코코엔터프라이즈 제작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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