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마스터스]‘비맞은 오거스타’ 장타자의 날

  • 입력 2002년 4월 12일 17시 39분


첫날선두 데이비스 러브3세의 12번홀 티샷.
첫날선두 데이비스 러브3세의 12번홀 티샷.
누가 섣불리 ‘오버파 우승’을 거론했던가.

개막 직전 내린 비로 악명 높은 ‘대리석 그린’이 무뎌진 오거스타내셔널GC(파72·7270야드)는 ‘이빨 빠진 호랑이’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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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의 절반(9개홀)을 뜯어 고쳐 코스 총연장을 285야드나 늘리고 벙커 등 장애물을 재배치했지만 봄비에 젖은 오거스타GC는 올해도 장타자들 앞에 맥을 추지 못했다.

12일 벌어진 제66회 마스터스골프대회 첫 라운드.

당초 예상과는 달리 첫 라운드에서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88명의 출전선수 중 예년보다 2, 3배 이상 많은 무려 21명. 이들 대부분은 단독선두(5언더파 67타)에 나선 데이비스 러브3세(미국)를 비롯해 미국 PGA투어에서 내로라 하는 장타자들이었다.

특히 러브3세가 단 한 개의 보기도 없이 버디만 5개 잡아낸 것은 대회 주최 측에 충격을 줬다. 오거스타GC 측은 메이저대회가 개최되는 코스의 위상에 걸맞게 난이도를 높인 올해 우승 스코어를 7, 8언더파 정도로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타이거 우즈의 새 애인 엘린 노르데그렌(22·스웨덴)이 1라운드 5번홀에서 우즈가 날린 공을 쳐다보고 있다. 우즈는 골프스타 예스퍼 파네빅의 집에서 보모로 일했던 노르데그렌을 올초 소개받아 사귀고 있는데 새 애인의 현장응원에 힘을 얻었는지 3번홀부터 5번홀까지 3연속 버디를 낚았다.

첫날과 마찬가지로 일기예보가 그대로 적중해 나흘 내내 비가 오락가락하며 평범한 그린상태가 유지된다면 97년 타이거 우즈(미국)가 수립한 역대 최저타(18언더파 270타) 경신도 불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다.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는 최종 18번홀(파4)에서 1m짜리 파퍼팅을 놓치는 바람에 공동 2위(4언더파 68타)를 마크했지만 특유의 장타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이날 버디를 6개나 잡아내 얼마든지 ‘몰아치기’가 가능한 코스상태임을 보여줬다.

대회 2연패를 노리는 타이거 우즈(미국)도 2언더파 70타로 경기를 마친 후 “첫날 성적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이날 소나무숲에 두차례 빠지고 관중 속으로 한차례 공을 날려 보기 3개를 범했지만 버디도 5개나 뽑아낸 것에 자신감을 얻은 듯.

한편 최근 마스터스대회에서 1라운드 선두가 우승한 것은 84년 벤 크렌쇼(미국) 이후 17년 동안 한번도 없었다. 99년 대회에서 1라운드 단독선두로 치고 나섰으나 결국 준우승에 머물고 만 러브3세. 올시즌 10개 대회에서 5차례나 예선탈락했던 그가 과연 오랜 징크스를 깨고 생애 처음 ‘그린재킷’을 입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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