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안정환 ‘평가전 승부수’

  • 입력 2002년 4월 12일 17시 46분


“월드컵에 모든 것을 걸었다.”

유럽에서 월드스타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테리우스’ 안정환(26·이탈리아 페루자)이 2002월드컵을 맞는 각오는 남다르다. 축구선수면 누구나 뛰고 싶은 무대이기도 하지만 그에겐 ‘축구 엘도라도’ 유럽에 계속 잔류할 수 있느냐는 중대 기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안정환의 에이전트인 이플레이어스의 관계자는 “다음달 10일쯤이면 이탈리아 전반기 리그가 끝나는데 페루자측에서 월드컵이 끝난 뒤 완전이적에 대해 논의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결국 안정환이 월드컵 대표로 선발돼 상품가치가 올라가면 임대딱지를 떼어 주겠다는 게 페루자의 계산. 물론 대표팀 최종엔트리에 들지 못하거나 월드컵에 출전해서도 이렇다할 활약을 못한다면 임대계약도 안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페루자가 버리면 어쩔 수 없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야 할 입장인 것이다.

안정환이 월드컵에 모든 힘을 쏟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안정환이 최근 소속팀에서 부진하며 이젠 ‘떼논 당상’으로 생각했던 월드컵출전 조차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것. 특히 지난달 끝난 유럽전지훈련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열심히 뛰었지만 거스 히딩크 감독은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어 그의 마음을 태우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12일 소집한 제11기 ‘히딩크사단’의 명단을 발표하며 “스트라이커를 6명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아직 1명이 유동적이다. 코스타리카(20일)와 중국(27일)의 평가전이 끝난 뒤 최종적으로 마음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히딩크 감독이 신임을 보냈던 황선홍 최용수 이천수 최태욱 설기현은 거의 확정됐다는 계산. 나머지 한자리를 놓고 안정환과 차두리 이동국이 경쟁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안정환은 이번 대표팀 평가전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만 히딩크 감독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판단, 평가전을 위해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또 다른 ‘유럽파’ 설기현(23·벨기에 안데를레흐트)은 허리부상으로 대표팀 합류가 불투명해졌다.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소속팀에 18일까지 보내줄 것을 요청했는데 설기현이 허리부상이 도지는 등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며 아무런 답을 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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