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중반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아파트를 분양했던 A건설사에 따르면 국가유공자에게 특별공급된 27평형 5가구 중 4가구의 분양권이 전매됐다. 이 가운데 2가구는 계약과 동시에 제3자에게 매각됐고 1가구는 1차 중도금을 내기 전인 10월에 팔렸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2억2500만원. 한강변에 위치해 큰 인기를 끌어 당첨자 발표 직후 프리미엄이 5000만원까지 치솟았다.
A건설 관계자는 “계약 직후 분양권 명의를 변경하는 수법은 떴다방들이 즐겨 쓰는 수법으로 통상 계약금도 내지 않은 채 프리미엄만 챙긴다”고 귀띔했다. 분양권 전매가 계약 이후로 제한돼 있어 당첨자 발표가 나면 바로 인수자를 물색한 뒤 대신 계약금을 내게 하는 것이다.
작년 말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분양된 B아파트도 마찬가지. 23평형 150가구 중 13가구가 국가유공자에게 특별공급됐으나 이중 6가구가 바로 전매됐다.
아파트 특별공급은 보훈대상자들의 자립과 생활안정을 위해 일반분양에 앞서 배정하는 제도다. 전용면적 25.7평 이하 주택 중 전체 가구수의 10%까지 공급된다. 국가보훈처가 우선순위를 정해 건설사에 협조를 구하면 건설사 임의로 10% 범위 안에서 공급량을 책정한다. 작년에만 아파트 363가구가 국가유공자에 배정됐다.
문제는 특별공급 아파트가 정작 집이 필요한 국가유공자에게 돌아가기보다는 투기용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 C건설 관계자는 “국가의 보호가 필요한 저소득 유공자가 들어가 살기에는 너무 비싼 아파트를 특별공급용으로 배정해 달라고 요구해 난감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면서 “이들 중 상당수가 단기차익을 노려 바로 일반인에게 전매해 버린다”고 말했다.
실제 이달 초 청약을 받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D아파트 25평형은 평당 분양가가 1300만원에 달하는 고급형이었는데 12가구가 특별공급용으로 배정됐다.
일부에서는 특별공급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우선순위는 희생공헌도가 가장 높은 비중(100점 만점 중 25점)을 차지하는 반면 경제적 수준을 판단하는 생활등급기준은 최고 10점에 그친다.
이에 대해 국가보훈처는 “우선순위는 국가유공자예우법에 따라 정하고 있으며 아파트 전매 가능성을 따져 특별공급 대상을 분류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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