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에는 진한 콜롬비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이 봄을 한껏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문득 좋아하는 커피 향만으로는 봄의 감동을 다 채울 수 없는 아쉬움이 찾아 올 때가 있다. 그래서 눈코 뜰새 없이 바쁜 기업경영 일정 속에서도 가끔은 마음을 채울 감동을 찾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기도 한다.
최근 이런 내 마음을 벅찬 감동으로 가득 채워준 뮤지컬 한편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3억달러의 흥행실적을 올렸고, 1986년 초연 이래 영국에서는 아직도 6개월 전에 표를 구해야만 관람할 수 있는 작품. 바로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이다.
이 대작을 한국에서 그것도 우리말로 관람할 기회가 생겼다는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의 설렘은 말할 수 없이 컸다. 마치 구하기 힘든 카리브해 연안의 100% 블루마운틴 원두커피를 음미할 기회를 만난 것처럼….
물론 뮤지컬은 가수의 기량, 무대장치, 공연준비가 삼위일체가 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참맛을 느끼기가 어려운 예술이라서 은근히 걱정도 됐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공연 장소에 도착하는 순간 모두 사라졌다. 극장에는 정장차림의 격식을 갖춘 관객보다는 새로운 문화를 즐기려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로 가득했다. 어린 초등학생에서부터 젊은 연인, 노부부, 손에 손을 잡은 가족에 이르는 관객들은 한결같이 생기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세계적인 수준의 공연을 감상하는 문화적 즐거움을 맛보겠다는 자부심과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오페라의 유령은 배우들의 연기, 음악, 무대 등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이 훌륭했다. 공연예술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에서 뮤지컬을 더욱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공연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에 몰입돼 조그만 기침소리조차 내지 않는 관중석의 분위기 또한 세계적인 수준이었다. 이 뮤지컬이 장기공연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있는 것도 이처럼 성숙한 관객의 후원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예술에 대한 경험은 한번에 그치지 않고 항상 우리들의 호흡 속에 배어 있다. 그것은 경험하면 할수록 더욱 다양하고 생산적으로 움직이는 살아있는 생명체와도 같다.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하고 때론 부부, 친구, 사제간에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감동을 공유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오페라의 유령은 회사일로 지친 나의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덕분에 요즘은 내가 느낀 오페라의 감동처럼 고객에게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찾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서비스야말로 최상의 서비스이자 기업들의 영원한 목표가 아닐까 싶다.
황사만 없다면 더할 수 없이 좋은 이 봄. 삶의 활력소가 필요하다면,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신선한 예술의 감동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가까운 공연장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황기연 온세통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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