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이사람]송내동 문구점 운영 오흥렬씨

  • 입력 2002년 4월 13일 00시 03분


문구점을 운영하는 오흥렬씨(51·부천시 송내동·사진)는 동네에서 ‘마음씨 좋은 아저씨’로 통한다.

간혹 집에 못질이 필요한데 망치가 없을 경우 오씨의 가게를 찾아가면 다양한 공구를 빌려 주기 때문이다.

콘크리트에 구멍을 내거나 집단장을 할 때에도 전기드릴과 같은 공구나 건설장비를 하루 1000원부터 7만원을 내면 온종일 빌려 쓸 수 있다.

시중에서 사려면 비싸게는 수백만원을 줘야 하는 것들이기에 부산과 장흥 등 지방에서도 장비를 빌려가곤 한다.

“자주 쓰지 않는 장비를 비싼 값에 구입하는 것은 낭비나 다름없죠.”

오씨는 이런 생각으로 군 제대후 3∼4년간 건설업을 하며 구입했던 장비를 바탕으로 2년 전 공구 임대점(myhome.netsgo.com/ohr1012)을 차렸다. 주변 고물상을 돌며 수집해 직접 수리한 중고 장비만도 수백점.

장비를 구입할 때면 손질만 잘 하면 새 것이나 다름없는 것들이 많아 “쉽게 버릴 바에야 차라리 기증해 주면 오히려 좋을텐데…”라며 아쉬워 하기도 한다.

오씨의 본업은 10평 남짓한 문구점. 이 가운데 3평 정도를 간이 창고로 개조해 공구임대점으로 쓰고 있다.

해병 공병대 중사 출신인 그는 제대후 23년 동안 꾸준히 자원봉사 활동을 펼쳐온 숨은 일꾼이기도 하다.

집중호우 등 천재지변 때는 펌프 장비 등을 무료로 빌려주거나 해병전우회 동료들과 함께 현장으로 달려가 복구작업에 매달려 왔다. 지난해 수해 때는 아내에게 문구점을 맡겨둔 채 석 달 동안 의정부와 김포 등지를 돌며 복구작업을 돕기도 했다.

이달 초에는 일찌감치 올해 장마에 대비해 소사구, 원미구, 오정구 등 3개 지역에 자신이 소유한 모터 펌프 10개씩을 비치해 놓았다.

특히 요즘처럼 봄가뭄이 심할 때면 오씨가 농촌지역에 기증하거나 무료로 임대해 준 펌프를 두고 농민들 사이에 서로 먼저 쓰려는 실랑이가 벌어져 직접 순서를 정해줘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묵혀둬야 했던 기술과 장비로 이웃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기쁘다”는 오씨는 “작지만 많은 사람들을 위한 일인 만큼 빌려간 공구는 쓰고 난 뒤 즉시 돌려주는게 에티켓”이라고 말했다.

박승철기자 parkk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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