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경제 에세이]이주연/시장을 만드는 건 소비자의 힘

  • 입력 2002년 4월 14일 17시 43분


이주연 / 피죤 마케팅 담당 전무
이주연 / 피죤 마케팅 담당 전무
백화점이나 할인매장을 구경하는 게 나에게는 일상생활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생활용품 업계에 몸담고 있어 직업적으로 관심이 갈 뿐만 아니라 주부로서 새로운 기능의 제품을 살펴보는 것이 무척 흥미롭다.

쇼핑을 하다 보면 내가 원하는 물건을 샀다는 만족감도 높지만 매장 진열대를 살펴보는 재미도 빠질 수 없다. 매장 진열대를 유심히 살펴보면 물건의 인기도를 가늠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유통시장의 상황을 조망할 수 있기도 한 것이다.

지난주까지 눈에 잘 띄는 위치에 있다가 찾으려고 보면 어느새 사라진 물건이 있다. 사람들이 더 이상 그 물건을 찾지 않는다는 말이다. 빠져나간 물건의 자리를 대신 차지한 제품은 그것을 찾는 고객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매장을 돌다 보면 시장을 만드는 것은 결국 고객의 힘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새삼, 고객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는 다짐도 해본다.

최근에는 소비수준이 높아지고 생활패턴이 서구화되면서 생활용품 시장과 유통매장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자신의 몸을 가꾸는 데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보디(Body)용품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 그 한 사례다.

1991년 피죤에서 목욕용품 ‘마프러스’를 내놓을 때만 해도 목욕용품 시장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2, 3년 사이에 이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돼 외국의 유명 브랜드는 물론, 국내 생활용품 업체들이 앞다퉈 보디용품을 내놓고 있다. 소비자들의 요구를 업체들이 수용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백화점이나 할인매장에서 보디용품 판매대는 점차 넓어질 뿐만 아니라 중앙에 자리잡게 됐다.

소비자의 취향이 다양해지고 세련돼질수록 시장에는 똑똑하고도 소비자 구미에 맞는 제품들이 많아질 것이다. 이제 제조업체만이 아니라 소비자가 적극 참여해 상품을 디자인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지 않은가.

앞으로는 1 대 1로 소비자 기호를 충족시키는 ‘맞춤형’ 제품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이주연 피죤 마케팅 담당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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