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게이트’에는 한결같이 현직 대통령 친인척이나 권력핵심 인사가 끼여 있다. 대통령의 세 아들과 처조카, 현 정부 출범 후 벼락출세한 국세청과 검찰 등의 일부 고위인사 이름이 계속 나온다. 대통령의 ‘핵심 가신’ 중 이런저런 구설수에 오르내리지 않은 사람이 드물 정도다.
이들이 권력을 배경으로 ‘부적절한 처신’을 했던 지난 4년은 외환위기 여파로 대부분의 국민이 고통을 겪어야 했던 시기였다. 많은 기업이 문을 닫았고 직장인들은 실업과 고용불안에 떨었다. 그런 시기에 정권 주위에서는 입으론 ‘개혁’과 ‘정의’를 외치면서 무대 뒤에선 ‘돈벌이’ 등 사적(私的) 이익을 챙기는 데 급급했다는 사실이 국민을 분노케 한다.
권력형 부정부패에 따른 코스트가 그것뿐일까. 이용호 사건, 진승현 사건, 부실금융기관 해외매각, 무기도입과정 등에 권력층 및 이들의 측근인사가 개입했다면 이런 ‘검은 거래’에 따른 국민경제적 비용이 얼마나 될지도 궁금하다.
권력핵심을 둘러싼 악취가 진동하는데도 여권(與圈) 일각 및 주변세력은 ‘구렁이 담 넘어가듯’ 적당히 끝내자는 분위기다. 심지어 일부 세력은 이 문제를 지적하는 언론을 향해 ‘반(反)개혁’이니, ‘수구’니 몰아붙이면서 조직적 비방과 협박을 서슴지 않는다.
개혁도 좋고 진보도 좋다. 그러나 그런 수사(修辭)가 ‘살아 있는 권력’의 부패와 악취를 덮어주는 데 악용된다면 ‘개혁과 진보’에 대한 모독이다. 과거 정권의 비리에 대한 비판은 선(善)이었으나 현정권에 대한 그런 비판은 악(惡)이라는 식으로 궤변을 늘어놓는 일부의 행태도 가관이다.
지금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권력형 비리’를 철저히 척결해 앞으로 누가 정권을 잡든 이런 참담한 현실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아닐까.
권순활 경제부 sh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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