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개봉될 ‘아이언 팜’은 차인표의 이런 성적표에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영화다. 드라마와 달리 영화에서는 내내 목에 힘을 주는 캐릭터를 맡았던 차인표는 이 영화에서 철저하게 망가지면서 이미지 반전을 노렸다.
그가 연기한 ‘아이언 팜’이라는 캐릭터는 대략 이렇다. 5년 전 미국에서 소주 칵테일 바를 열겠다며 자신을 떠나 로스앤젤레스로 온 애인 지니(김윤진)을 찾아 혈혈단신 태평양을 건너 온 아이언 팜. 애인 생각이 날 때마다 전자 밥솥에 손을 넣었다 빼는 철사장(鐵砂掌·아이언 팜)으로 고통을 달랜다. 하지만 미국에서 온갖 소주방을 뒤진 끝에 찾아낸 지니는 돈과 미국 시민권을 가진 재미 사업가 애드머럴(찰리 천)과 한창 사랑에 빠져 있고, 아이언은 절망 끝에 다시 지니에게 ‘돌진’한다.
이쯤 되면 ‘아이언 팜’은 미국을 배경으로 순진한 남자의 ‘애인 찾아 삼만리’를 코믹하게 풀어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이언 팜’은 한 남자의 여자에 대한 좌충우돌하는 구애 과정에 미국 시민권을 가진 남자와 토종 한국 남자 간의 대결 구도를 뼈대로 세우면서 페이소스를 이끌어낸다. “한국과 한국식 이름은 미국행 비행기의 화장실에 버렸다”는 아이언 팜. 하지만 그의 구애는 여전히 한국식이고 미국 시민권 남자를 증오하면서도 동시에 영주권을 얻으려 한다.
영어보다 한글 간판이 더 많은 로스앤젤레스 코리아 타운 부근에서 촬영한 것은 이처럼 시종 이율 배반적인 삼각 관계를 더욱 단적으로 드러낸다. 지난해 말부터 로스앤젤레스에서 머물며 촬영한 차인표는 “이 곳 아니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컨셉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이언 팜’은 무엇보다 주연 차인표의 실제 스토리와 흡사해 설득력을 배가시킨다. 5년 간의 미국 유학과 뉴욕의 직장 생활을 떨치고 자신의 ‘끼’를 찾기 위해 귀국해 군대까지 간 차인표나, 애인 찾겠다고 5년동안 전자 밥솥에 손을 넣으며 영어 공부에 매달린 아이언 팜이나…. 해보겠다고 작심한 일에 매달린 것은 스크린 안과 밖이 같다.
차인표의 호연에 그의 파트너인 동석 역의 박광정이 “Today English Become(오늘 영어 되네)”식의 ‘콩글리시’로 영화에 재미를 실었다. ‘장미빛 인생’(1993년) ‘축제’(1996년)의 시나리오를 쓴 육상효(39) 감독의 장편 데뷔작. 15세 이상. 19일 개봉.
▼이 대사!
지니에게 거푸 퇴짜를 맞은 아이언 팜이 지니에게
에잇! 사랑한다는데, 거기다 목숨걸었다는데 뭐가 문제야?
누구는 할일이 없어서 X발, 미국까지 와서 이러고 있는 줄 알아?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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