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외모 때문에 연기력이 가려져왔던 배우’인 장동건 정우성 등 미남 스타들 역시 잘 생겼다는 찬사보다는 배우로서 인정받기 원한다. 일전에 영화배우 최민식은 장동건에게 ‘느끼하다’는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짙은 쌍거풀과 조각같이 생긴 코가 남성적인 이미지를 반감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 ‘친구’를 보고 난 뒤 이제는 장동건이 진정한 ‘배우’의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장동건이 더 할 수 없이 기뻐한 건 두 말하면 잔소리다.
‘꽃미남’이라고 하면 왠지 여성스런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위에 열거했던 꽃미남 배우들은 사실 모두 만능 스포츠맨이자 ‘터프가이’다. 1위를 차지한 원빈은 수준급의 테니스와 축구 실력을 갖고 있으며 태권도 유단자이기도 하다. 정우성과 송승헌은 웨이트 트레이닝 마니아며, 배용준은 특공무술을 따로 배우기도 했다. 장동건 역시 시간만 나면 오토바이 질주를 즐기는 스피드 광인데다 농구코트에서는 훨훨 날고 꽤 빠른 공을 구사하는 야구 실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팬들은 이들의 강한 성격을 알아채기기 어렵다. 이들은 ‘꽃미남’의 외모에 걸맞게 부드러운 매너로 팬들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이들은 어딜가나 팬들의 사인 공세에 시달린다. 식당에 가면 정상적인 식사를 하기 어려울 정도지만 친절하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는 편이다.
‘겨울연가’ 이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용준은 팬들이 사인을 받기 위해 아무 쪽지나 내밀면 매니저에게 부탁해 자신의 모습이 담긴 멋진 사진을 가져다가 그 위에 정성스레 사인을 해준다. 그의 미소만 봐도 어쩔 줄 몰라하던 여성팬들은 그의 이러한 세심한 배려에 다시 한 번 그에게 빠져들 수 밖에 없다.
잘생긴 외모와 부드러운 매너로 무장한 이들이 공략해야할 가장 중요한 고지는 연기력. 잘 생긴 외모만큼이나 감동을 줄 수 있는 연기력만이 그들을 진정한 ‘스타’로 남게 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들이 맡고 싶어하는 역은 ‘꽃미남’의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경우가 많다. ‘꽃미남’을 캐스팅하고 싶어하는 영화 제작자들에게 힌트를 주자면, 배용준은 악역을 원하고 있고 장동건은 밑바닥 인생을 연기하고 싶어한다. 원빈은 정감있으면서도 털털하고 소탈한 역을 원한다. ‘백마 탄 왕자님’같은 역을 이들에게 맡기려 했다면 하루 빨리 방향을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김영찬 시나리오 작가 nkjak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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