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한국축구대표팀의 공식훈련은 없었다. 하지만 골키퍼 주전경쟁을 벌이고 있는 김병지(32·포항)와 이운재(29·수원)는 유니폼은 물론 장갑까지 낀 완전무장한 모습으로 대구 수성구민운동장을 찾아야 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전날 훈련이 부족했다는 이유로 보충훈련을 지시했기 때문.
둘은 경기 중 나올 수 있는 여러 상황을 설정해놓고 김현태 골키퍼 전담코치, 최진한 코치의 지도하에 쉴새없이 땅바닥에 몸을 굴려야 했다. 특히 이날 훈련은 김병지와 이운재가 함께 대표팀에서 뛴 뒤 처음으로 갖는 둘만의 훈련. 히딩크 감독의 특별지시로 1시간 이상 실시된 이날 훈련에서 한국축구의 두 수문장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펼쳐졌다.
김 코치와 최 코치의 슈팅을 연거푸 막는 훈련에서 김병지는 2개를 막아낸 뒤 이운재의 차례가 오자 의식적으로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지 않고 페널티지역 밖으로 서서히 걸어 나가며 몸을 풀었다.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눈길은 어느새 이운재의 동작에 머물러 있었다.
이운재는 2개를 막아낸 뒤 곧장 골대 옆에 서서 김병지의 연습장면을 자세히 유심히 지켜보며 배울 점을 찾는 모습. 서로를 의식하며 실수를 했을 땐 다음 차례에 만회하려고 악착같이 공을 향해 몸을 던지는 모습에서 연습이지만 결코 뒤질 수 없다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날 훈련이 끝난 뒤 김병지는 “부족한 면을 보완해 월드컵때 좋은 모습 보이겠다”며 의지를 보였고, 이운재도 “월드컵때까지 부상 안당하는게 가장 중요하다.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야 좋은 일이 있지 않겠느냐”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현태 코치는 “훈련때 보면 둘의 눈빛이 달라진다”며 “사실상 둘만의 경쟁으로 생각하고 어느 한명이 잘하면 더 잘하려고 몸을 내던지는 모습이 그대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대구〓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