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집으로…' '무공해 감동'…3대가 울고 웃고

  • 입력 2002년 4월 15일 18시 24분


▼극장 앞 가족관객밀물

일요일(14일) 오전 10시반. 10대, 20대로 붐비곤 하던 명동의 CGV 극장 매표소에 낯선 풍경이 연출됐다. 모처럼 친정 엄마를 모시고 온 딸,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있는 손자들, 두아이를 데리고 극장을 찾은 젊은 부부. 모두 영화 ‘집으로…’를 보기 위해 ‘가족 모임’ 식으로 극장을 찾은 관객들이다.

60대 부모를 비롯해 아내와 두 아이를 데리고 극장을 찾은 한성길씨(38·경기 고양시)는 “3대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여서 휴일에 시간을 냈다”고 말했다.

여덟살, 네 살짜리 두 아들을 데리고 온 주부 김광숙씨(33·서울 용산구 이태원동)도 “할머니와 손자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다룬 영화라는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에게 보여주려고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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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으로…' 성공 비결은

▼폭력과 섹스 이긴 '감동'

5일 개봉한 ‘집으로…’는 개봉 11일째인 15일 전국 관객 100만명을 돌파하며 2주째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다. ‘집으로…’에 관객이 몰리자 배급사는 개봉 당시 전국 80개였던 상영관을 지난 주말부터 122개로 늘렸다.

이 영화는 중국, 일본에 이미 팔렸고, 미라맥스 등 미국의 메이저 배급사에서도 구입 의사를 밝힌 상태.

‘집으로…’는 산골에 사는 외할머니와 잠시 함께 살게 된 서울의 외손자가 갈등 끝에 할머니의 깊은 사랑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감동 상품’. 관객들은 감독이 의도한 장면에서 정확히 눈물을 쏟아낸다. 시골 외할머니가 주는 소박한 감동과 무공해 이미지를 자극적인 폭력이나 섹스 장면에 식상한 관객들이 반기고 있는 것.

영화평론가 김영진씨는 “단순하고 보편적인 얘기지만 관객들에게 관념적인 유토피아의 모습과 다시 경험할 수 없는 노스탤지어를 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비전문 배우인 실제 할머니를 캐스팅한 것은 모험이었으나 자연스러움과 사실성을 높이는 성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가족 영화’라는 것도 흥행 요소로 꼽힌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만들어진 ‘전체관람가’ 영화는 어른이 보기엔 다소 유치했던 것이 사실.

그러나 ‘집으로…’는 어른과 아이를 모두 울리며 ‘가족 관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이 영화는 전체 관객의 25∼30%가 가족 단위 관람객.

▼할머니 CF 출연제의 받아

극장안. 일요일 오전인데도 좌석이 거의 찼다. ‘집으로…의 평균 좌석 점유율은 86∼90%. 관객 연령층도 네댓살짜리 꼬마부터 60대 장년까지 골고루 분포돼 있었다.

영화 시작후 간간이 웃음을 터뜨리던 관객들은 조금씩 눈물을 훔치기 시작하더니 끝나갈 무렵에는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명동CGV의 슈퍼바이저 김상용씨는 “다른 영화는 끝나자마자 관객들이 우르르 나오지만 ‘집으로…’는 관객들이 눈물을 닦느라 띄엄띄엄 나온다”고 말했다.

‘집으로…’의 홈페이지에는 “감동적이다” “할머니가 생각나 펑펑 울었다”는 소감과 함께 “할머니가 연기를 너무 잘하신다”는 등 5000여건의 글이 올라 있다.

이미 인터넷에는 주인공을 맡은 충북 영동의 김을분 할머니의 팬클럽이 생겼을 정도. 모 분유업체는 ‘무공해’ 이미지의 김할머니가 충분히 상품성이 있다고 판단, CF 출연 제의를 해 놓은 상태다.

▼극장 밖에서도 눈물이…

여자친구와 이 영화를 본 대학원생 함태원씨(28)는 “어릴 때 외할머니에게 악동짓을 많이 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돌아가신 그분 생각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손자들과 함께 온 한창열씨(66·서울 동대문구 장안동)는 “손자가 할머니 보따리에 몰래 초코파이를 넣어드리는 장면이 찡해 울었다”고 했다. 한씨의 손자 동일군(11)은 “버스를 탄 손자와 할머니가 헤어지는 장면이 슬펐다”며 극장 밖에서도 계속 눈물을 글썽였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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