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유배지가 지금은 최고의 관광지로 변신했다. 얼마 전부터는 이곳으로 골프관광을 가는 우리나라 사람이 많다. 하지만 전략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대단히 중요한 곳이다. 서쪽으로는 통킹만을 사이에 두고 베트남과 마주하고 있어 중국엔 동남아시아로 열어놓은 창(窓)이나 다름없다. 2차대전때는 동남아시아를 노리는 일본군의 주둔지이기도 했다. 개방정책의 일환으로 1988년 광둥성에서 독립해 중국의 31번째 성(省)으로 승격했고 현재는 중국 최대의 경제특구로 지정되어 있다.
▷지난 4월 12일부터 2박3일동안 이 섬의 보아오(博鰲)에서는 약 2000여명의 각국 정부관리 학자 기업인 등이 모여 회의를 가졌다. 지난해 2월 발족한 이 회의의 공식명칭은 ‘보아오포럼’으로 이번이 첫 번째 연차총회. 보아오포럼이란 이름은 스위스의 겨울 휴양지 다보스에서 매년 열리는 ‘다보스포럼’을 연상케한다. 참석대상도 비슷하다. 아시아국가들간의 지역경제협력을 다지기 위해 이 포럼을 만들었다는 게 공식적인 설명이지만 중국측이 노리는 게 어디 그뿐이겠는가. 아무튼 한국과 일본 태국의 총리를 비롯한 각국 고위 관리가 초청되었고 GE, 도요타,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등 100여개 다국적기업의 대표들도 참석했다고 한다.
▷하이난섬처럼 한때 유배지나 다름없는 취급을 받았던 제주도도 얼마 전 ‘국제자유도시’란 간판을 내걸었다. 동북아시아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만든다는 목표로 제정된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이 4월1일부터 발효된 것이다. 일본에선 오키나와가 비슷한 조건을 갖고 있다. 일본정부는 오키나와가 추진하는 국제자유지역의 건설을 돕기 위해 연간 40조엔이나 되는 막대한 자금을 지원한다. 제주도 오키나와 하이난섬. 세 섬 중에서 어느 곳이 가장 성공할까. 우리 뒤를 쫓고 있던 중국이 벌써 저만치 앞서 가고 있다. 이제야 동북아 비즈니스 계획을 내놓고 있는 우리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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