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광주일고와 타이거즈

  • 입력 2002년 4월 16일 15시 48분


지난 4월 12일 막을 내린 제36회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에서 광주제일고가 천안북일고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광주일고의 대통령배 우승은 문희수, 박준태 등이 활약하던 83년 이후 19년 만이며 이번이 중앙 전국대회 10번째 우승. 이번 대회에서 광주일고가 보여준 득점력을 보면 가히 놀랄 만 하다.

4.3 1회전 대 대구고 15 : 9

4.7 2회전 대 세광고 7 : 4

4.9 준준결승 대 청원고 10 : 1(7회 콜드)

4.11 준결승 대 배명고 9 : 0

4.13 결승전 대 천안북일고 13 : 2

광주일고는 위에서 보듯 경기 당 10점 이상을 뽑아내는 강타선을 바탕으로 우승까지 순항했는데 이전 칼럼인 <2002 고교야구강팀열전>에 올라와 있던 4팀을 가볍게 쓰러뜨렸을 정도로 막강한 전력을 과시했다.

광주일고의 야구역사는 6.25 이전으로 넘어가는데... 지금은 전설처럼 전해오는 1949년... 국내에서 적수를 찾을 수 없었던‘태양을’던지는 사나이 장태영의 경남중학을 연장접전 끝에 2:1로 물리치면서 호남야구가 살아있음을 알려주었던 김양중의 광주서중이 바로 광주일고의 전신인 것.

그 후 약 20여 년간 침체기를 보내던 호남야구는‘역전의’명수 군산상고의 도약과 함께 힘찬 기지개를 시작했고 광주일고는 75년 대통령배 고교야구에서 3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스타로 탄생한 김윤환과 강만식, 차영화 등을 중심으로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82년에 출범한 프로야구에는 연고지 고교출신 선수를 우선적으로 100% 영입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배려했는데, 이때 전남-북을 연고로 한 해태타이거즈의 주축이 되었던 선수들은 김봉연, 김성한, 김윤환, 김일권, 김용남 등 군산상고 출신과 강만식, 차영화, 김윤환, 이상윤 방수원등 광주일고 출신들이었는데 아무래도 초창기 해태에서 이 둘간의 파워게임은 군산상고가 우위를 점했던 게 사실이었다.

광주일고가 호남 야구의 맹주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것은 역시 불세출의 대 투수 선동열이 배출되면서부터 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81년 광주일고를 졸업한 선동열은 차동철, 박철우, 문희수, 이강철, 정회열, 이호성 등 쟁쟁한 고교후배들과 함께 무적 해태의 시대를 열며 한국시리즈 9전 전승의 신화를 아직까지도 이어가고 있다.

광주일고는 90년대 들어서도 이종범. 김종국 등의 대형스타들을 해태에 입단시키며 여전히 타이거즈를 최강의 팀으로 만드는데 크게 기여하지만 90년대 말로 접어들면서 상황은 크게 바뀌게 된다.

명가 해태 몰락은 박재홍의 입단 실패로 거슬러 올라간다. 역시 광주일고가 낳은 야구천재중 하나인 박재홍은 해태입단을 거부하다 마침내 96년 2월 28일 극적으로 최상덕과 트레이드 되어 신생팀 현대 유니콘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박재홍은 96년 신인으로서 30홈런-30도루라는 당시로선 사상최초의 대기록을 세우며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키는데 이 모습을 해태 팬들은 씁쓸하게 지켜볼 수 밖에는 없었다.

IMF 구제금융체제라는 국가적 비상사태가 벌어지기 몇 년 전부터 이미 어려워지기 시작한 해태의 자금사정은 타이거즈를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시켰는데 투/타의 간판인 선동열과 이종범을 일본으로 보낸 것은 팬들의 여론에 따른 것이라 치더라도 팀의 에이스 임창용의 삼성 행과 박재홍 이후 꾸준히 배출된 광주일고의 대형스타들을 거푸 놓친 것은 뼈아팠다. 96년 졸업생 서재응(뉴욕 메츠), 97년 졸업생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98년 졸업생 최희섭(시카고 컵스)이 그들로 모두 고교 졸업 후 약속처럼 대학을 거쳐 미국진출에 성공했는데 한 학교출신이 3년 연속 미국에 진출한 사례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96, 97시즌 2년 연속 우승 후 급격히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해태 타이거즈는 급기야 기아에 팀을 매각하기에 이른다. 통상적으로 인수한 측에서는 이전 팀에서 사용하던 별명을 바꾸는 것이 보통인데 타이거즈의 경우가 유일한 예외로 남아있다. 그것은 타이거즈가 단순히 한 팀의 별명 차원을 넘어 호남 야구의 상징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기아가 팀을 인수한 이후, 타이거즈는 확실히 달라졌다. 선수를 파는 구단에서 사는 구단으로 변모했으며(현대가 반대의 입장이 된 것과 비교하면 의미심장하다) 류제국(시카고 컵스)과 함께 지난해 투수 최대어라던 김진우도 입단시키는데 성공했다.

광주일고 야구를 타이거즈와 연관해 생각하다보니 얻어낸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을 살펴보자면

1. 모두 명문임에도 최근 몇 년간은 상당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2. 작년에 비해 상당히 강해진 전력으로 올 시즌을 맞고 있다.

3. 통산 9번 우승을 이루어 냈고 10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광주일고는 올 시즌 첫 대회에서 통산 10번째 우승을 일궈냈다. 과연 형님들은 어떨지... 일단 출발은 좋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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