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여객기 추락 대참사]韓-中 힘겨루기 시작

  • 입력 2002년 4월 16일 16시 35분


韓中 현장조사
韓中 현장조사
15일 발생한 중국 여객기 추락사고와 관련해 원인 규명을 둘러싸고 한국과 중국 사이에 미묘한 ‘힘 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다.

아직 단정하기에는 이르지만 한국 측에서는 벌써부터 조종사의 과실 쪽에 무게를 두는 발언이 흘러나오고 있으며 중국 측은 이 부분에 대해 언급을 피하며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사고 원인은 보상 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양국 모두 섣불리 단정할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민감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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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8월 228명의 희생자를 낸 대한항공 801편의 괌 추락사고 때도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대한항공은 사고 원인을 둘러싸고 몇 년간 첨예하게 대립한 바 있다.

▽정중동(靜中動)의 중국〓중국국제항공공사, 중국민항총국, 중국 정부 관계자들로 구성된 중국 측 사고조사반은 16일 오전 김해시청에서 한국 측 사고조사반과의 협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고 조사에 착수했다.

30여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경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사고 현장인 돗대산을 찾아 2시간여 동안 현장을 샅샅이 훑으며 사고 원인을 밝혀내는 데 단서가 될 비행기 파편 등 증거들을 수거해 비닐봉지에 담았다.

중국 측 조사단과 함께 사고 현장을 조사한 건설교통부 최흥옥(崔興鈺) 사고조사과장은 “중국이 별다른 코멘트 없이 정밀조사의 사전단계로 현장 상황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앞으로 중국 측과 공동조사 방법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핵심 관계자 ‘노코멘트’〓중국 대사관과 영사관 직원 3명은 15일 오후 10시반경 사고 여객기 기장 우신루(吳新祿·31)와 남자 승무원 왕쩌(王澤·33)를 10여분간 면담하고 돌아가면서 철저히 ‘함구’로 일관했다.

이들이 우 기장과 나눈 대화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사고 원인 조사와 관련된 중국 당국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 기장은 15일 밤 12시경 기자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16일 오후 건교부 조사관과 부산지검 검사의 조사에서는 자신의 책임 유무에 대한 답변을 회피한 채 “기체에 이상이 없었으며 김해공항에서 선회비행(서클링)을 처음 해 봤다”고만 밝혔다.

중국은 16일 한국 경찰에 우 기장과 승무원 왕씨 등에 대한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또 서울 중구 서소문동에 있는 중국국제항공공사의 중국인 매니저는 사고 직후 예약자와 탑승자 명단, 회사 연혁 등도 공개하지 않는 등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느긋한 한국〓건교부 등 관계 당국은 항공기 추락 사고의 80% 이상이 조종사 과실이란 통계가 입증하듯 이번 사고도 조종사 과실 때문이라는 ‘심증’을 굳힌 상태다.

김종희(金鍾熙) 건교부 수송정책실장은 16일 “사고기가 정상적인 선회 착륙로를 벗어난 이유는 정확하지 않지만 지형 숙지 부족이나 기상조건 악화 등으로 비행기를 크게 돌리려다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건교부는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지만 이례적으로 기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공식 기자회견에서 공개하는 등 중국 측을 향한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또 사고 여객기를 관제한 공군도 사고 직후 ‘구름 높이’와 ‘시정’ 등 착륙 제한치가 착륙에 적합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착륙을 허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해〓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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