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결승 직전 절반 가량의 심판이 평점에 따라 숙소를 떠나게 된다. 남게 된 심판이야 안심이지만 이름이 불리지 않은 심판은 다음날 아침 비행기를 타야 한다. 매 경기 끝날 때마다 퇴출 명단이 불려지므로 경기보다는 다음날 미팅과 평점, 남느냐 가느냐 여부로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높은 점수를 원하면 그리고 남고 싶다면 심판은 최고의 경기를 이끌어 내야 한다.
국제심판에게는 ‘보이지 않는 등급’이 존재한다. 한 예로 어떤 대회의 심판으로 뛰느냐에 따라 그의 수준을 알 수 있다. 아시아에서는 아시안컵이 최고의 무대로 꼽히고 아시아경기대회, 동남아시아경기, 클럽컵, 친선경기가 뒤를 잇는다. 세계대회는 최고봉인 월드컵에 이어 올림픽, 각 대륙컵이 영예의 무대다.
대우 역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경기 수에 관계없이 하루 100달러를 일괄 지불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하루에 500달러씩을 심판들에게 지급한다.
심판도 선수 못지 않게 매 경기후 퇴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98프랑스월드컵 네덜란드-아르헨티나전을 운영하고 있는 부심의 뒷 모습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때는 이러한 규칙과 관계없이 최고의 심판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준다는 원칙하에 기간에 얽매이지 않고 만족할 만한 대우를 해준다.
이번 월드컵의 경우 본선 무대에 참여하는 모든 심판에게 하루 250달러씩을 지급하는 한편 별도 보너스로 2만달러씩을 푼다. 본선 1라운에만 참여해도 한국돈으로 약 3000만원을 손에 쥐는 셈이다. 이는 한국프로축구 심판의 1년 연봉보다 많은 금액이다. 물론 올림픽이나 청소년대회에서는 보너스 차이가 있지만 항상 모든 면에서 최고의 대우를 보장, 심판간에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는 한편 강한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선수와 조금 다른 것은 심판의 세계에서는 준결승을 뛰는 심판이 가장 우수한 심판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결승전 심판이 최고의 심판같지만 심판 입장에서는 준결승을 가장 어려운 경기로 생각하기 때문에 평점이 가장 높은 심판이 준결승전에 배정된다.
국제심판에게 경기운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외국어다. 영어를 하지 못하면 동료간의 대화는 물론이고 경기에서 주,부심간 협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아 사고가 날 확률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또 FIFA가 영어로 발표하는 주요 공지 사항들을 그날 그날 숙지해야 하고 팀 미팅 때 각팀이 요구하는 사항에 답을 해야 하는 등 영어는 국제심판에게 필수다.
이처럼 국제심판은 모든 면에서 팔방미인이 될 것을 요구 받는다. 따라서 세계의 유명한 국제심판들은 대우도 놀랄만 하지만 자부심도 대단하다.
심판 세계에서 월드컵은 은퇴하기 전까지 꼭 뛰어보고 싶은 꿈의 무대다. 지금도 전세계의 많은 심판들이 월드컵 무대를 꿈꾸며 땀을 쏟아내고 있다.
국제심판·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 심판담당관
rtiger@2002worldcup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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