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근지사 먼저 12억 요구" 세풍월드 前부사장 진술

  • 입력 2002년 4월 16일 18시 43분


국제자동차경주대회 유치 과정의 편의제공 등을 대가로 세풍그룹에서 4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유종근(柳鍾根) 전북도지사가 세풍그룹 측에 먼저 12억원을 요구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서울지법 형사합의 23부(김용헌·金庸憲 부장판사) 심리로 16일 열린 유 지사에 대한 첫 공판에서 뇌물교부 혐의로 함께 재판을 받은 고대용(高大容) 전 세풍월드 부사장은 검찰 신문을 통해 “유 지사가 정치자금으로 쓰겠다며 12억원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고씨는 “97년 11월 세풍그룹 임원들과 함께 유 지사를 찾아가 국제자동차경주대회 유치사업의 인허가 유지를 도와달라고 하자 유 지사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뒤 돈을 요구했다”며 “액수가 너무 커서 당황했지만 일단 할아버지(고 고판남·高判南 세풍그룹 회장)에게 이를 알렸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한 달 뒤 유 지사의 관사를 찾아가 회사 측에서 마련한 3억원을 건넸고 98년 6월에는 유 지사의 처남인 김동민씨를 통해 현금 1억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유 지사는 “국제자동차경주대회가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중요한 사업이라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유치를 추진했을 뿐 세풍 측에 먼저 돈을 요구하거나 받은 적이 없다”며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검찰은 이날 고씨가 유 지사와의 대화를 녹음한 녹취록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녹취록에는 유 지사가 “나는 흔적이 없는 사람이니 돈은 당신(고대용)이 썼다고 하면 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2차 공판은 다음달 3일 열릴 예정이다.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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