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여름 휴가지를 놓고 토론이 벌어질 때면 꼭 나오는 얘기다.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을 다녀오는 비용이 제주도 관광비용보다 덜 든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6일 밝힌 제주도 관광업계의 실태를 보면 어쩌다 이런 얘기가 나오게 됐는지 조금은 이해가 간다. 제주도관광협회는 관광상품 가격 기준을 만들어 회원사가 값을 낮추지 못하도록 강요했고, 제주도자동차대여사업조합은 회원사가 렌터카 요금을 내리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행태는 회원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담합을 일삼고 배타적 특권을 주장하던 중세 유럽의 ‘길드’를 연상시킨다. 지금이 중세라면 이런 행위가 회원사의 이익을 수호했을 것이다.
‘국제화시대’에 제주도는 해외에 숱하게 깔린 비슷한 조건의 관광지들 중 하나일 뿐이다. 이제 길드식 행태는 회원보호가 아니라 회원죽이기란 결과를 빚을 것이다.
‘감동이 있는 여행’의 이명국 대표(41)는 “태국의 방콕과 파타야를 방문하는 3박5일 여행상품이 40만원, 2박4일 상품은 30만원짜리까지 나와 있다”며 “반면 4인 가족이 주말에 2박3일간 제주도에서 지내려면 최소 100만원 이상이 들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최근에는 30, 40대 회사원들이 태국이나 인도네시아로 골프여행을 떠나기 위해 ‘골프계(契)’를 들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협회가 진정 회원사의 장기적 생존과 이익을 생각한다면 가격담합이 아니라 ‘값싸고 품질 좋은 관광상품 및 서비스 개발’에 매달리도록 자극해야 할 것이 아닌가.
제주도를 국제적 관광지로 키우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정부 차원에서 나오고 있다. 제주도 골프장에 대한 세금을 대폭 줄여 이용료를 크게 낮추고 내국인 면세점도 허용한다.
그러나 밖에서 아무리 지원책을 만들어도 제주도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박중현기자 경제부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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