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의 다리 지체 정도 5급인 노인이다. 지난달 말 춘천의 한 건물 2층에서 내려오다가 마지막 계단 모서리에 불구인 왼쪽다리 뒤꿈치가 걸려 앞으로 넘어지면서 오른쪽 엉덩이를 바닥에 부딪혔다. 그래서 오른쪽 다리마저 디딜 수 없게 되어 택시로 남춘천역에 도착한 후 그곳에 있던 대학생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학생이 혼자서는 힘에 부치는 것을 본 한 군인이 또 한쪽을 부축해 주어서 기차에 오를 수 있었고, 청량리역에 도착해서도 여객전무님이 택시정류장까지 업어 주어 간신히 귀가할 수 있었다. 나는 6·25전쟁 당시 징집돼 작업중 부상해 다리가 불구가 되었다. 그동안 관계 당국에 수차례 호소해도 국민임대주택 하나 배정받지 못한 신세다. 그러나 이날은 시민들의 따뜻한 도움으로 이 땅에 살고 있는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