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총경의 발언은 그가 2년여 동안 청와대 하명수사와 대통령 친인척 비리수사를 담당하며 권력층을 위해 일해 온 사람이라는 점 때문에 예사롭지 않다. 그와 권력층의 관계는 “수시로 청와대를 방문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그가 감추고 덮고자 했던 ‘문제’와 ‘기밀’이 권력층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나오는 게 조금도 이상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최 총경은 출국하기 전 대통령사정비서관을 만났고 최규선씨 등과 세 차례나 대책회의를 했으며 사무실에서 개인서류를 모조리 꺼내갔다. 혼자 출국 결심을 한 것이 아니라 ‘문제’와 ‘기밀’에 관련된 사람들과 조직적인 수습 노력을 한 뒤 출국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 연결고리에 청와대 관계자가 포함된 것이다.
최 총경을 도피하게 한 ‘보이지 않는 세력’을 파헤치는 것은 그를 귀국시키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각종 게이트가 터질 때마다 반복되는 핵심 연루자의 해외도피를 근절하기 위해서도 이번에는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청와대의 도피 방조설’을 주장하며 ‘최성규 도피 진상특위’까지 구성한 한나라당의 움직임을 정치공세라고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가 최 총경을 조기 귀국시켜 ‘문제’와 ‘기밀’을 밝혀낼지, 도피에 연루된 사람을 찾아낼지 국민은 주시하고 있다. 이번에 불거진 각종 의혹을 밝히는 것은 임기 말 정권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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