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인제 사퇴' 1분회견의 여운

  • 입력 2002년 4월 17일 18시 37분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나선 이인제(李仁濟) 후보가 어제 1분 동안 밝힌 경선 사퇴의 변(辯)에는 갖가지 심정이 함축되어 있는 것 같다. 끝까지 경선을 치르겠다는 당초의 다짐과는 달리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완주’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의 중도 탈락 자체는 이미 경선의 승패가 결정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제3자가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닐 것이다.

민주당이 처음 실시한 이번 국민경선제는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후보가 노무현(盧武鉉) 후보와 벌였던 치열한 이념논쟁은 구태의연한 색깔론이라는 일부의 비난도 있으나 주자를 철저히 검증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앞으로도 대권 후보의 이념과 정책 방향에 대한 검증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노 후보와 이 후보의 경쟁으로 지역주의도 다시 부각됐다. 두 후보를 향한 각 지역의 ‘표쏠림’을 보면 과거 영남과 호남 그리고 충청권의 지역색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호남권이 영남 출신인 노 후보를 지지했다해서 지역주의가 완화됐다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결국 처음 7명의 후보로 시작한 경선은 이 후보의 사퇴로 두 명만 남았으며 그동안 후보들이 경선을 포기하는 과정에는 석연치 않은 사퇴 이유도 있었다. 이 때문에 경선은 민주당이 예상했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우리가 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 후보가 제기했던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이 후보의 음모론이라고 일축하지만 김심(金心·김대중 대통령의 마음)의 배후 작용설에 대한 시중의 의견은 아직도 분분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후보측이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의 임명이 후보 사퇴와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 “결심하는데 한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한 대답은 상당한 여운을 남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