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스위스 바젤 국제시계-보석 박람회

  • 입력 2002년 4월 18일 14시 55분


해리 윈스톤의 '프리미어 콜렉션 크로노그래프'
해리 윈스톤의
'프리미어 콜렉션 크로노그래프'
“프랑스인들은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배우지/ 하지만 난 값비싼 보석을 사주는 남자를 좋아해/ …다이아몬드는 여자들의 가장 소중한 친구.”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에서 부자 남편감을 ‘사냥’하러 나선 금발 여가수 마릴린 먼로의 열창을 기억하는가. 그 노래 ‘다이아몬드는 여자들의 가장 소중한 친구(Diamond is girl’s best friend)’에서 먼로가 ‘말해줘, 내게 해리 윈스톤의 모든 것을…’이라고 외쳐댔던 미국의 명품 시계 브랜드 해리 윈스톤. 2002년에도 ‘다이아몬드는 여전히 여자들의 가장 소중한 친구’임을 신제품을 통해 드러냈다.

4일부터 11일까지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바젤 국제 시계 보석 박람회’. 유행경향을 암시만 해주는 패션쇼와 달리 출시를 목전에 둔 실제 상품들이 쏟아져나오는 것이 시계보석박람회의 특징이다. 이번 박람회에도 해리 윈스톤 등 249개의 시계 브랜드를 포함, 총 1237개의 관련 업체가 참가하고 10만여명이 다녀갔다. 그 중 해리 윈스톤의 ‘프리미어 콜렉션 크로노그래프’는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3.8캐럿의 화이트 다이아몬드에 붉은색 악어가죽 스트랩. 1.4캐럿의 화이트 다이아몬드와 2.65캐럿의 옐로 사파이어에 노란색으로 염색한 악어가죽 스트랩 등이 프리미어 콜렉션의 시계들이다. 개당 가격은 2만달러 이상. 보석 브랜드로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해리 윈스톤은 시계산업에는 1989년에야 뛰어들었다. 우리나라에는 올 9월에 정식 수입된다.

◁ 스위스 시계 브랜드 브라이틀링의 '네비타이머'는 파일럿들이 고도, 하강 각도, 연료 소비량, 속도 등을 계산할 수 있는 크로노그래프 등을 갖추고 있다.
▷ 에벨의 '사트야' 라인 가운데 여성용 시계. 자개로 만든 다이얼판 위에 1에서 12까지의 숫자 대신 섬세하게 다이아몬드를 박았다. 다이얼판 장식은 화이트골드(왼쪽)와 옐로 골드를 사용했다.

이번 박람회의 트렌드는 해리 윈스톤의 제품에서 드러났듯 사치스러움과 화려함이다. 패션 전문지 하퍼스 바자의 알리슨 루이텐 보석, 시계 담당기자는 “보석이 많이 박혀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우면서도 트렌드에 민감한 시계들이 많다”고 분석했다. 특히 핑크 사파이어 등 따뜻한 느낌을 주는 유색 보석이 많이 사용됐다.

◁ 레이몬드 웨일의 '오델로 오일' 모델은 옐로 골드가 인기를 얻고 있는 추세를 반영해 옐로 골드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아이템. 남자용, 여자용, 미니 사이즈 등 3가지가 있다.

‘큰 것이 아름답다’라는 디자인 경향도 올해의 트렌드로 제시됐다. 여성용 손목시계들의 다이얼판도 남성용 크기 이상이었다. 분, 초 등을 나타내는 작은 계기판 ‘크로노그래프(chronograph)’가 복잡하게 다이얼판을 가득 채웠다.

◁ 에르메스의 '에이치아워(H-our)'라인은 기존의 검은색, 갈색을 탈피해 올해 처음 그린, 라이트 오렌지, 라이트 자주색의 가죽 시곗줄을 선보였다. 시계부문 매니징 디렉터인 기욤 드 센은 "패셔너블한 시계를 원하는 고객의 요구에 부응한 아이템"이라고 설명했다. 100만원대.
▷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디오리픽'라인은 파스텔톤의 고무 소재 시곗줄을 사용해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 고무 소재 시곗줄은 올해 돋보인 트렌드.

해리 윈스톤의 매니징 디렉터 맥시밀란 부셰는 “올해 각 브랜드의 트렌드를 분석해보면 시곗줄의 경우 백금 등 금속 소재보다 가죽이나 새틴, 고무로 만들어진 것이 많다”며 “보석시계를 재산이 아닌 패션으로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 보석을 캐주얼 혹은 스포츠룩과 결합하는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상에서의 유행 경향이 그대로 시계 위에 옮아오는 경우도 많아졌다. 96년 미국출신의 신예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를 영입한 뒤 획기적이고 발랄한 브랜드로 변신한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갈리아노 디자인의 옷처럼 젊고 도발적인 느낌의 ‘디오르 66’ ‘블루, 블랙 트로터’ 등을 선보였다. 스와치 같은 캐주얼 브랜드에서는 유행 소재인 데님을 스트랩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아래 위는 평평하고 양 옆은 불룩한 ‘토노 셰이프(tonneau shape)’ 형의 다이얼판도 돋보였다.

바젤〓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 부스에서 거리에서 만난 '바젤 박람회'

보석같은 아이디어-톱스타 모델 등 '반짝'‥명품 빛낸 '명품 마케팅'

◁ 올해로 30회를 맞는 스위스 바젤의 바젤 국제 시계 보석 박람회장 전경. 지난해는 9·11테러 등의 악재(惡材)로 시장상황이 나빴다. 그러나 이번 시계 박람회에 참석한 고급 시계브랜드들은 고가의 신상품 발매에 주력하는 등 경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최상류층 고객들을 공략해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올해의 시계 트렌드가 ‘복잡, 화려’였다는 점도 이 같은 고급화 흐름을 반영한다.(사진제공 명보교역)

▷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시계 전문 브랜드 ‘레이몬드 웨일’은 창시자의 사위인 올리비에르 번하임 회장이 최고경영자(CEO)가 된 후 클래식 음악을 제품 이름이나 광고 사진에결합하는 ‘음악 마케팅’을 도입했다. 부스 전면에 설치된 작은 창 안에 오선지를 그리고 그 위에 시계를 온음표와 4분음표처럼 배치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 모든 아이템에서 스포티한 감각을 읽을 수 있는 브랜드 ‘크리스티앙 디오르’ 부스의 광고판에는 팔등신의 톱모델 지젤 번천(22)이 등장했다. 머리카락으로 장난을 치고 있는 지젤이 착용한 시계는 ‘크리스 47’. 이 아이템은 알루미늄 시계판과 고무 또는 헝겊 소재로 된 오렌지, 핑크, 하늘색 등의 알록달록한 시계줄이 돋보인다. 70만원대.

▷ 스위스 시계 브랜드 ‘에벨’은 지난해부터 홍콩의 유명 여배우 장만위를 모델로 내세웠다. 사진 속 시계는 자개로 만든 다이얼판 위에 18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은 ‘벨루가 만셰’로 400만원대. 장만위의 소장품으로 더 보석이 많이 박힌 빨간색 ‘벨루가 만셰’는 지난달 홍콩에서 열린 한 이벤트에서 실제 판매 가격의 2.6배인 26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 독일, 프랑스와 맞닿아 있는 스위스의 국경 도시 바젤 거리에는 패셔너블한 감각을 지닌 행인들이 많았다. 박람회장 앞에서 만난 ‘바젤 토박이’ 재스민 피셔(23)는 스위스 시계 브랜드 ‘오리스’의 마케팅 담당자. 그리 따뜻하지 않은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짧은 톱과 슬릿이 깊게 파인 타이트한 가죽 스커트, 유행하는 복고풍 선글라스를 함께 연출한 모습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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