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우연이 지나치게 많아 일반 관객들에겐 ‘영화같은 얘기’에 불과하나, 연인이나 사랑에 막 빠진 남녀에겐 그저 달콤하기만 할 데이트용이다.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라고 믿고 싶은 게 연인들의 마음. 이런 연인들이 한번쯤 생각해 보았을 만남의 ‘우연과 필연’을 다뤘다.
영화는 ‘몇 년 전’에서 시작한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존(존 쿠삭)과 사라(케이트 베킨세일)는 각각 애인에게 줄 선물을 사러 백화점에 왔다가 하나 남은 장갑을 동시에 집는다. 이를 계기로 저녁 식사를 함께 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린다.
그러나 막상 존이 연락처를 물어보자 사라는 “우리의 만남이 운명적인지 시험해보자”며 존의 전화번호를 적은 지폐로 물건을 사고, 자신의 전화번호를 적어 놓은 책을 고서점에 판다. 뒷날 이 책과 지폐를 찾게 되면 “우리의 만남은 ‘우연’ 아닌 ‘필연’이 될 것”이라며.
영화는 ‘몇 년 후’로 건너 뛴다. 그날 이후 한번도 마주치지 못한 두사람. 이제 존은 다른 여성과의 결혼을 눈앞에 두고 있고 사라도 애인에게 프로포즈를 받는다. 하지만 결혼을 앞둔 존과 사라는 서로를 찾으려 하고, 몇 번의 안타까운 엇갈림 끝에 두 사람은 재회한다. 결국 ‘만날 운명의 사람은 언젠가는 만난다’는 것이 이 영화의 메시지.
영화는 논리적으로 허술한 구석도 있다. 비행기에 탄 사라가 뒤바뀐 친구의 지갑에서 존의 전화 번호가 적힌 돈을 발견하는 것이 한 예. 사라는 이미 비행기표를 살 때 지갑을 열었을텐데 그때 지갑이 바뀐 사실을 몰랐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는 상대방의 결점마저도 아름다워 보이듯, 영화 주인공의 운명같은 사랑 이야기에 빠지고 싶은 관객이라면 이런 ‘옥에 티’들은 눈에 보이지 않겠지만. 12세 이상.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 이 대사!
존이 약혼녀 할리와의 결혼을 며칠 앞두고, 사라를 찾아나서자 친구가 뜯어 말린다. 그러자 존이 친구에게 하는 말.
존:사랑에도 여러 감정이 있잖아. ‘할리’는 마치 ‘대부’의 속편같아.
친구:뭐라고?
존:영화 ‘대부’의 속편 말야. ‘대부’는 다들 1편보다 속편이 재밌고 심지어 낫다고 하는 이도 있어. 하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대부’ 1편을 보려고 하지…. 속편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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