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계대출 17조중 56% 집장만用"

  • 입력 2002년 4월 18일 18시 16분


은행들이 올 1·4분기(1∼3월)에 빌려준 가계대출 17조4350억원의 절반 이상은 주택매입 자금으로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가계대출 급증 탓에 앞으로 경기순환이 불안정해질 우려가 있으므로 경제정책을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18일 경고했다.

한국은행도 이날 ‘1·4분기 은행의 가계대출 표본조사 결과’를 발표, 가계대출의 자금 용도는 주택매입이 56.1%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다음으론 대출상환 9.4%, 사업·부업 7.6%, 투자·예비자금 7.2%, 내구소비재 구입·생활비 1.9%, 전세 0.8%, 기타 17.0% 등이었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매입 자금 비중은 지난해 1·4분기 30.2%에서 4·4분기 50.3% 등으로 증가 추세다. 특히 주택매입용 대출자 가운데 무주택자는 8.6%인 반면 유주택자는 91.4%로 나타나 주택매입이 집 크기 늘리기 또는 부동산투자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한은은 추정했다.

가계대출의 90.5%는 담보대출이었고 신용대출은 9.5%에 그쳤다. 또 가계대출의 89.8%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집중됐고 지방의 비중은 10.2%에 불과했다.

대출규모로는 1억원 초과가 작년 동기보다 156.3%, 3000만∼1억원이 106.1% 각각 증가했다. 반면 1000만∼3000만원은 41.7% 증가에 그쳤고 1000만원 이하는 7.4% 줄어 고액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한편 KDI는 이날 ‘가계대출 증가 현상의 평가와 정책대응’ 보고서를 통해 “가계대출 급증이 당장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해치지는 않지만 전반적인 위험관리체제가 충분치 않기 때문에 중기적으로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DI는 특히 △가계부문의 소득에 비해 부채가 급속하게 늘고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의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고 지적했다.

가계의 소득 대비 부채규모가 급격히 늘어 빚 갚을 능력이 약해졌을 가능성이 높지만 은행들도 용처(用處)를 따지지 않고 주택담보만 믿고 있다는 것.

보고서는 “경험적으로 부동산가격이 오른 뒤 가계대출의 급증세가 뒤이어 나타났다”며 “최근 가계대출 급증세가 아파트가격 급등을 일으킨 것은 아니다”고 풀이했다.

KDI는 “기업대출을 인위적으로 증가시키기 위한 금융정책 운용은 적절하지 않다”며 “은행이 대출자금의 용도와 차입자의 신용위험을 관리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상철기자 sckim007@donga.com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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