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벌 아들도 그렇게는 못해

  • 입력 2002년 4월 18일 18시 45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가 지난해 5월 이신범(李信範) 전 한나라당 의원에게 11만달러를 주었다고 한다. 우리 돈으로 1억4000만원이 넘는 큰돈이다. 이 전 의원이 자신의 미국 내 호화생활을 더 이상 문제삼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총 66만달러를 주기로 하고 1차로 건넸다는 돈이다. 두 사람 간의 ‘더러운 거래’가 중도에 깨져 실제 건넨 돈은 11만달러라고 하지만 홍걸씨는 애초 모두 8억5000여만원을 이 전 의원에게 주기로 한 것이다.

이미 준 11만달러는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외가 친척에게서 빌린 돈이라고 하고, 나머지 돈을 마련하기 위해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에 갖고 있던 땅을 최근 2억원 정도에 팔았다고 한다. 또 5만달러는 소송에 개입한 윤석중(尹晳重) 대통령해외언론비서관이 자기 돈으로 보태기로 했다는 얘기다. 거액을 빌려줬다는 외가 친척은 누구이고, 9년 전 미국에 건너간 홍걸씨의 일산 땅은 뭔지, 공무원인 대통령비서관이 무슨 돈으로 5만달러나 보탠다는 것인지 모두가 의혹투성이다. 모자라는 돈을 채우기 위해 살던 집도 팔 계획이었다고 하는데 그렇게까지 할 정도로 홍걸씨의 미국 생활이 떳떳하지 못했다는 것인가.

그뿐만이 아니다. 한나라당 측은 홍걸씨가 100만달러짜리 저택에서 살며 6만5000달러짜리 자가용을 굴리고 있다고 비난한다. 청와대 측은 쉬쉬하고 있지만 홍걸씨가 유학생 신분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호화판 생활을 해온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입막음하자고 엄청난 돈을 줄 리가 없다. 재벌 아들이라고 해도 그렇게는 못했을 것이다.

과거 민주화운동 때 누구보다 권력의 도덕성을 강조했던 김 대통령이 아닌가. 더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세 아들 모두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터에 국정 전념을 강조한들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아버지가 결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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