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속에서 양을 지키던 소년이 심심풀이로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해 사람들을 놀라게 하며 즐거워했다. 하지만 정작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는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늑대에게 물려 죽는다는 이야기다.
이 동화의 교훈은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정부는 연초부터 잇따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안정되지 않자 이달 초 ‘분양가를 (간접) 규제하겠다’는 메가톤급 조치를 발표했다.
핵심 골자는 ‘분양가를 높게 받지 못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해당기업을 국세청에 통보한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발표 이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의 집값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봄 이사철이 끝난 게 주원인이었지만 분양가 규제조치가 미친 심리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정작 분양가 규제는 엄포로 끝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과도하게 높게 책정된 분양가’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이 없어 일선 구청에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공시지가의 120% 수준에 단지 조성비를 합산한 금액보다 높거나 표준건축비의 130% 이상 초과한 경우’라는 해석을 내놨다.
하지만 일선 구청에서는 “평당 건축비나 토지매입비에 대한 구체적 검증 기준이 없어 분양가 검증이 불가능하다”며 실제로 시행될 가능성이 크지 않음을 시사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국세청 서울시 등과 공동으로 대책을 발표했던 건설교통부는 “원칙적인 얘기를 했을 뿐 분양가 규제와는 무관한 얘기”라며 발뺌하고 있다.
서울시도 “분양가 검증과 국세청 통보 여부는 전적으로 구청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분류 기준 가운데 하나는 정책의 신뢰도이다. 정부의 정책 입안자들은 항상 ‘양치는 소년’의 최후를 기억하길 바란다.
황재성 경제부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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