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세상의 근본이자 작은 神 어머니 그린 '엄마 냄새'

  • 입력 2002년 4월 19일 17시 31분


아이를 업고 길 떠나는 어머니
아이를 업고 길 떠나는 어머니
◇ 어머니의 전설/정동주 지음 권태균 사진/296쪽 1만5000원 이룸

◇ 엄마 만세/김재진 지음/212쪽 8000원 그림같은 세상

“어머니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요.”

중견 개그맨 이홍렬씨는 어머니에 대한 질문만 나오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성공한 모습을 보여드리기도 전에 너무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립기 때문이다.

못다한 효심에 그리운 어머니가 있는가 하면 첼리스트 정명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지휘자 정명훈 등 삼남매를 세계적인 클래식 스타로 키워낸 어머니 이원숙씨도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동명소설 ‘어머니’도 이와 다르지 않다. 출가한 딸이 병사하고 공산주의자가 된 아들이 사형당하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좌절하지 않는 어머니(펄 벅·1934)와 혁명에 뛰어든 아들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으로 결국 여성 혁명가로 거듭나는 어머니(고리키·1906). 이들 작품의 어머니는 시대와 내용은 다를지라도 생명의 창조자이면서 자식에 헌신하는 모성애를 보여준다.

최근 발간된 ‘어머니의 전설’은 ‘어머니와 여자와 딸에 관한 비망록’이다. 니미(경남), 어마니(전남), 어망이(함남), 제미(함북), 엄마이(황해), 어멍(제주) 등 지방별 어머니 호칭을 소개하고 1980년 봄부터 2001년 겨울까지 친모 장모로부터 노래 73곡을 채록해 사진과 설명을 곁들였다.

“어머니는 그 무엇이 생겨난 근본입니다. 모든 신(神)의 능력이 응축되어 내재된 작은 신이면서 사람입니다.… 자식을 잉태하고 출산하고 젖 먹여 인간 되게 키워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불멸의 힘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모성(母性)’이라 말합니다.”

조선시대 어머니는 유교적 가부장제도 때문에 ‘고유한 이름’이 없었다. 신사임당 허난설헌 같은 유명한 인물이나 기생 외에는 드문 경우다. 처녀 때는 친정에서 ‘큰 아씨’ ‘작은 아씨’가 이름 대용이었다가 혼인한 뒤에는 남편의 성씨를 따라 ‘김 집’ ‘박 실’이라는 식으로 불렸다.

딸을 계속 낳은 ‘죄’로 눈물의 시집살이를 하고, ‘명태와 여자는 두들겨 패야 부드러워진다’는 야만적인 얘기에도 저항하지 못한채 감내해야했던 어머니들의 사연은 노래로 이어진다.

“성아 성아 우리 성아/ 시집살이 우떻더노/ 아홉 쪽 삼베 치마/ 눈물 받아 다 썩었제.” 이밖에도 저자는 궁녀 기녀 유모 무녀 따라마님(마님을 따라다니는 여자) 통지기(물통을 지고 다니는 여자) 등 특수한 계급의 여성들의 삶을 간략하게 다루며 어머니의 딸들에 대한 애정도 잊지 않는다.

‘엄마 냄새’는 따듯한 모성애를 추억하는 책이다. 파스텔톤의 그림을 지나 “세상이 힘들 때는 엄마 얼굴이 떠오릅니다”라는 한 구절을 읽는 순간 가슴뭉클한 무엇을 느낄 수 있다. 바로 엄마에 대한 그리움일 것이다.

짧은 글 10여 꼭지로 구성된 작은 소품집이지만 감동은 작지 않다. 시각 장애인 청년이 어머니가 보고 싶으면 잠을 청한다거나, 좌판에서 생선을 팔며 아들 뒤바라지를 하던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얘기 등 다양한 사연들이 따뜻함을 전한다.

특히 ‘편지’ 중에서 어머니에게 하지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을 되뇌는 장면은 ‘모성’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운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