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방송되는 순간 사라지지만 신문은 영원하다.’
오늘을 ‘영상의 시대’라 부른다지만 ‘인쇄매체’는 역사로 남는다. 종이에 남겨진 활자들은 ‘그 시대를 읽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1660년 독일에서 세계 최초의 일간신문인 ‘라이프치거 차이퉁겐’이 나온 뒤 세계의 역사는 신문으로 기록됐다. 국내에서는 1883년 10월31일 최초의 근대신문인 ‘한성순보’가 발행된 후 1896년 한글전용 민간신문인 ‘독립신문’이 등장했다. 3.1운동 직후인 1920년에 ‘동아일보’ ‘조선일보’ ‘시사신문’이 발행되기 시작했고 동아일보는 정간처분, 필화사건 등 수많은 고통을 겪었지만 아직도 정론의 길을 걷고 있다.
최근 발간된 ‘옛날 신문을 읽었다’는 1950년부터 2002년까지의 신문 속에 나타난 ‘역사의 뒤안길’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옛날 신문을 보면 역사가 보인다고 했다.
“옛날 신문에는 신기할만큼 재미있는 사건들이 많았다. 잘 정리된 단행본보다 더 매력적인 역사책이면서 풍속사책이었다. 과거를 살았던 사람들의 체온 숨결 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국전쟁 직후 전기가 끊어져 암흑같은 세월을 보냈던 사연, 1970년대 장발족 문화와 지금은 사라져버린 쓰레기통을 뒤지는 ‘넝마주의’의 이야기도 소개한다. 1982년 구멍가게에서 팔던 불량식품 단속 사건으로 ‘불량의 시대’를 은유하기도 한다.
미팅에 대한 갑론을박이나 1980년 계엄령 당시 남산, 정독 도서관을 찾아야만 했던 대학생들의 문화상을 다시 보는 것도 흥미롭다. 이밖에도 신문으로 본 성 연예 풍속도와 패션의 변천사 등을 수록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