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비대해진 몸집이 대변하듯 정보는 넘쳐나고 있다. 인터넷과 미디어 혁명으로 무수한 정보가 편리하고 빠르게 전달되고 있다. 우리는 웹, 모바일, 디지털방송 등 최첨단 미디어로 중무장한 채 정보를 습득하고 있다. 그 틈바구니에서 아직도 신문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에 대한 향수나 종이의 친근감 때문인가. 지난 두 주간 동아일보 지면 곳곳을 훑으며 그 해답을 찾아봤다.
정치, 사회 순으로 굵직한 것부터 눈에 들어온다. 대통령의 세 아들까지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혼탁한 정국의 와중에도 여야는 대통령 후보 선출에 여념이 없다. 구태의연한 인신공격과 누워 침 뱉기 격인 도덕성 공방이 난무하는 가운데, 동아일보는 이들의 공허한 다툼을 좇느라 지면 아까운 줄 몰랐다. 정책과 공약은 도대체 어디로 갔다는 말인가.
동아일보 4월16일자는 중국 여객기 추락 사건을 보도하면서 1면 헤드라인을 ‘中 여객기 김해 추락’으로 달았다. 이미 전날 오전 인터넷상에서 수없이 접했던 헤드라인과 같다. 익히 아는 사실을 접하면서 뭔가 새로운 것을 기대했던 독자들은 아침부터 맥이 빠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런 안일함으로 최첨단 미디어들과 경쟁하려는 것인가. 우리는 동아일보가 단순한 사실(fact)을 따르기에 급급하기보다는 남다른 가치(value)를 발견하는 데에 많은 투자를 해주기를 기대한다.
4월11일자 A3면에 공개한 윤봉길 의사의 순국 장면은 물고 뜯기를 반복하고 있는 우리 모두를 숙연케 하기에 충분했다. 이문열씨의 ‘큰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에 이어, 4월18일자부터 연재를 시작한 유미리씨의 ‘8월의 저편’은 신문 특유의 읽는 재미라는 가치를 보여줬다. 이러한 가치를 발견할 때마다 아침은 상쾌하다.
동아일보의 가치는 지면의 구석구석을 뒤질수록 발견된다. 4월8일자부터 국제면에 연재하기 시작한 ‘세계의 단체장’ 시리즈가 가진 시의적절성, 4월15일자부터 3회에 걸쳐 연재한 ‘임은주와 풀어보는 심판의 세계’가 가진 독창성, 4월17일자 사이언스면의 ‘김동성의 금메달 비결은 스타트 신기술’이 보여준 전문성, 4월15일자 A31면의 ‘강남 번호판 달아야 귀빈’에서의 순발력 등은 높이 사고 싶다. 특히 A7면에서 4월9일자부터 시작한 ‘독자 토론 마당’은 오프라인 미디어의 취약한 쌍방향성을 보완하려는 시도로 주목할 만하다.
내일 아침에도 동아일보를 포함한 묵직한 신문 뭉치가 아파트 현관문을 막고 있을 것이다. 종이의 무게만이 아니라 가치의 무게가 점점 더 느껴지기를 기대해본다.
김용훈 아시아어뮤즈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