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감독이 동양과 인연을 맺은 것은 실업리그 시절 삼성전자에서 슈터로 활약하다 은퇴한 뒤 96년 창단 코치로 부임하면서부터로 올해가 7년째. 그 사이 팀은 바닥을 벗어나지 못했고 박광호 최명룡 두 명의 감독이 불명예 퇴진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이런 이유로 김 감독만큼 팀을 잘 아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감독을 맡고 가장 먼저 칼을 댄 것도 ‘포지션별 철저한 분업화’였다. 이전 슈팅가드 김병철을 포인트가드로 바꾸려고 했던 것이나 전희철에게 내외곽을 모두 책임 지운 것이 오히려 이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장점마저 사라지게 만들었다고 판단했기 때문. 올 시즌 동양이 개인별 기록부문에서 1위를 휩쓴 것도 분업화 덕택이다.
포인트가드 김승현의 가세도 천군만마 같은 효과를 가져다 주었다. 국내 선수들의 면면만 따지면 더 이상 좋을 수 없을 만큼 화려하지만 힘을 하나로 모아줄 중심이 없던 약점을 김승현은 단숨에 날려버렸다.
김 감독은 “32연패할 때는 나 자신의 농구인생에 대해 좌절 그 자체였다”며 “그런 나를 믿고 이런 영광의 자리에 설 수 있게 해준 선수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대구〓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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