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임동원 특보의 안이한 발상

  • 입력 2002년 4월 21일 18시 08분


임동원(林東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 특보의 안이한 발상이 걱정스럽다. 임 특보는 엊그제 한 민간 세미나에 참석해 “앞으로 10년 동안 북한은 빠른 속도로 변화할 것이며 이에 따라 사실상의 통일상황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특보는 또 “남북간 철도 및 도로 연결과 자유로운 왕래는 물론 남북 경제공동체 건설과 군비통제도 이뤄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물론 임 특보의 말대로 이루어진다면 그 이상 바람직한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말에는 ‘희망’만 담겨 있을 뿐 그 희망의 ‘근거’는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핵심 정책결정자로서 할 말이 아니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남북간 현실을 보면 10년 뒤 상황을 그렇게 낙관적으로 내다보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이 수두룩하다. 무엇보다 핵과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북한이 보유한 대량살상무기(WMD)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느냐가 한반도의 장래를 좌우할 최대 변수이나 북측은 이에 대해 여전히 완고한 자세로 버티고 있다. 그런데도 임 특보는 ‘앞으로 북한이 빠른 속도로 변화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도대체 무슨 근거에서 나온 말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우리의 ‘희망’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것은 지난 4년간의 햇볕정책 추진과정을 통해서도 분명하게 드러난 사실이다. 그런 터에 대북정책에 관한 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분신’으로 알려진 임 특보가 이 같은 발언을 했다는 것은 갖가지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다고 본다.

임 특보가 주도한 지난번 특사회담의 결과 남북관계는 지금 새롭게 재가동되는 단계에 있다.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해 남북간에 예정돼 있는 여러 일정에 대한 기대도 크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양대 선거 등 국내 정치에 ‘활용’될 가능성을 경계하는 시각이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도 지금 같은 민감한 시기에 정책 당국자는 언동에 특히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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