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에 벌어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여러 정황에 비추어 최씨 발언을 ‘첩보영화 같은 얘기’라고 무시하기는 어렵다. 최씨의 비리에 연루된 최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의 해외도피 행각만 봐도 그렇다. 일주일 새 4개국을 경유하며 엊그제 미국 뉴욕공항에 도착했던 최 전 총경은 통상적인 출구가 아닌 특별통로로 유유히 빠져나갔다고 한다. 그의 귀국을 종용하겠다며 기다리고 있던 우리 영사관 측은 헛걸음만 한 꼴이다.
최 전 총경은 한국 경찰 측이 미국 공항당국에 아무런 요청을 하지 않았는데도 ‘상세입국심사 대상자’로 분류돼 3시간 가량 정밀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미국 측은 그 후 뉴욕총영사관 경찰 주재관의 면담 요청을 거부하고 최 전 총경을 특별통로로 빠져나갈 수 있게 ‘배려’했다는 것이다. 한국측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이 없었다면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 아닌가. 이러니 누군가 최 전 총경의 해외도피에 개입하고 숨어서 도와주고 있다는 의혹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최성규 도피 의혹’의 진상을 명백하게 밝히지 않은 채 청와대 측이 ‘최규선 밀항 권유는 없었다’고 펄쩍 뛰어봐야 국민이 믿을까. 두 최씨가 한 짝인 만큼 믿지 않을 것이다. 이 문제를 풀지 않고는 나라가 제대로 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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