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이강석/항공기사고 과실프로그램 개발을

  • 입력 2002년 4월 21일 18시 28분


작년 9월 11일 청천벽력과도 같았던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항공기 테러참사의 생생한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 중국 국제항공공사 소속 CCA129편 여객기가 바로 우리 눈앞에서 추락해 120여명의 승객들이 죽고 불행 중 다행으로 38명은 목숨을 구했다.

과연 이러한 엄청난 대형 항공사고를 몰고 온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항공운송시스템 내에서 항공안전은 항공운송 분야에서 그 어느 특성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항공안전 문제 중에서도 특히 항공사고의 76%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인적요소가 중요한 이슈로 연구 논의되고 있다.

4월 15일 오전에 발생한 중국 여객기 사고는 항공운송 측면에서 보면 베이징∼부산 노선에 주로 보잉 737기종을 투입해왔으나 계절별 여행객의 급증으로 대형 기종인 보잉 767 기종으로 갑작스럽게 변경 투입한 것이 문제점 중의 하나로 지적될 수 있다. 또한 조종사가 김해공항의 지형지물을 정확히 숙지하지 못하고 경험 미숙 상태에서 선회 접근한 것도 이번 사고의 한 원인으로 분석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사고조사 대책반에 의해 규명되겠지만, 보도되는 것처럼 조종사가 갑작스럽게 교체되었고 그것이 사고의 한 원인인 것으로 드러난다면 이는 중국국제항공공사 자체의 조직 문화적인 측면에서 나온 실수로 볼 수 있다.

또한 경험 미숙 등 다른 상황으로 인해 항공사고가 발생했다면 사고원인의 최고요인으로 기록되고 있는 인적요소에 의한 사고라고 할 수 있겠다.

항공운송 시스템을 문화적인 측면에서 보면 국가문화와 조직문화가 중요한데 그중 국가문화는 권력거리(Power Distance), 개인주의, 불확실성 회피(Uncertainty Avoidance) 등과 상호 작용한다.

권력거리가 크고 개인주의 성향이 낮은 국가는 승무원들간의 의사 소통이 다소 폐쇄적이다. 국가 문화 차원에서 권력거리 지수가 높고 개인주의 지수가 낮은 문화권이 사고율은 반대의 경우보다 2.6배 높은 수치가 나는 것을 보더라도 사고 원인이 문화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짐을 알 수 있다.

또한 통합된 조직문화는 하위그룹의 협조, 강력한 협조의식, 긍정적인 조직분위기와 고용자들의 높은 도덕의식으로 이어져 항공안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면 부조화의 조직문화는 약한 협조의식, 그룹의 불화, 고용인의 낮은 도덕의식, 무단 장기결근, 적대감 등으로 이어져 항공 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나라도 항공안전 측면에서 국적항공사의 국가문화와 조직문화의 중요성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 특히 항공사고에 대한 과실관리 차원에서 효과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실에 대한 처벌보다는 과실을 감추지 않고 개방해 과실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강석 한서대 항공교통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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