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회사인 KEC(구 한국전자)도 이익을 못내는 거추장스러운 사업을 과감하게 털어내고 핵심 사업에만 전념하겠다는 전략으로 투자가를 유혹한 대표적인 기업. 이 회사는 앞으로 반도체 사업에 핵심 역량을 집중하기로 하고 올 3월까지 콘덴서 CRT(브라운관)사업 등을 정리했다. 올해는 전자기기 부문을 정리할 예정이다.
남은 힘이 집중되는 곳은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소신호 트랜지스터(SSTR)와 자동차 전장 부품, 고주파 부품 등 반도체 관련 3가지 사업. 현재 판매 수량을 기준으로 세계 2위인 SSTR 사업에서는 1위가 되는 것이 목표다.
이 회사는 ‘현지 생산 현지 판매’의 원칙을 중시해왔고 중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2500만달러를 투자해 중국 우시(無錫)시에 반도체 웨이퍼 칩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이 같은 호재를 반영해 2000년 중반 이후 1만5000원 부근에서 정체상태를 나타낸 주가는 지난해 11월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사상 최초로 5만원대를 넘어섰고 19일에는 최고가인 5만9500원을 기록했다. 22일 현재 외국인 지분은 19.82%.
재일교포 2세인 곽정소(郭正昭·47) 회장은 “앞으로 세계 SSTR 시장에서 의지와 전략을 가진 강력한 1등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약자의 사고 방식을 가진 회사는 우연히 1등이 되어도 그 이점을 살리지 못합니다. 1등은 산업의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의지와 전략이 필요합니다.”
곽 회장은 “1등이 되는 길에 가장 큰 걸림돌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약자의 위치에서 생각하고 행동해온 우리에게 있다”며 직원들에게 공격적인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곽 회장도 인정하는 것처럼 증시 전문가들은 KEC가 지금까지 ‘소규모 안정형’에 만족해 온 회사였다는 것을 단점으로 지적한다. 회사가 중국 시장에서 성공해 ‘대규모 성장형’으로 탈바꿈하는지가 장기 투자의 관건이라는 것.
이에 대해 곽 회장은 “외국 회사로서 중국 민족주의의 배타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문제”라며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협상하면서 존재를 인정받겠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KEC 실적 (단위:억원) | |||
회계연도 | 매출액 | 영업이익 | 당기순이익 |
1999 | 5,648 | 667 | 359 |
2000 | 5,944 | 471 | 371 |
2001 | 5,560 | 400 | 330 |
2002 | 5,500 | 550 | 4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