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개최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줄 리메컵 도난사건’ 때문이었다. 개막 3개월전부터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센트럴홀에 전시돼 있던 월드컵이 감쪽같이 사라짐으로써 이 사건은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과연 누가 훔쳤을까. 일반인들에겐 흥미진진했지만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그야말로 벌집을 쑤셔놓은 듯 난리법석이 났다. 대회 개막을 불과 8일 앞두고 우승컵이 사라졌으니….
같은 날 브라질에선 줄 리메컵을 훔치기 위해 영국에 원정가겠다고 공언한 소매치기 여왕 반더 산토스양이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됐다. 그야말로 소설에나 나올 법한 스토리였다. 비상이 걸린 런던 경시청은 경찰력을 총동원해 대대적인 수색작전을 전개했지만 별 소득없이 시간은 흘러갔고 개막일인 7월11일은 점점 다가왔다.
하지만 미궁으로 빠질 뻔 했던 이 사건은 드라마틱하게 문제가 해결됐다. 개막 하루전에 시골 산 속의 농부가 키우는 ‘피클스’라는 개가 집 뒤뜰에서 우승컵을 물고 나온 것. 우승컵을 훔친 도둑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숲속에다 버리고 달아난 것이었다.
화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여왕의 초상외에는 다른 어떤 것도 우표의 도안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전통을 가진 영국은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우표 3종을 발행했는데 공교롭게도 3종 모두 파울을 범하고 있는 선수들의 모습을 그려 구설수에 올랐다.
경기에서도 해프닝은 이어졌다.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의 8강전에선 서독인 루돌프 크라이틀라인 주심이 아르헨티나 선수인 라틴을 퇴장시킨 뒤 “스페인어를 몰랐기 때문에 내게 큰 소리로 떠들어댄 라틴 선수의 스페인어는 욕설”이라는 ‘기막힌’ 변명을 늘어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월드컵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신비의 팀’ 북한도 이 대회 화제의 주연. 3년여 간 군 특수부대의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한 평균 키 1m65의 ‘땅딸보팀’이자 영국에 도착한 뒤 단 한번의 외출도 없이 단체생활을 유지하며 비밀스럽게 연습을 소화한 ‘수수께끼의 팀’ 북한. 하지만 우승확률 1%의 최하위로 평가되던 북한이 월드컵 역사에 길이 남을 ‘큰 일’을 낼 줄이야….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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