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오랫동안 잘 하는 선수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2632연속경기 출전기록을 세우고 지난해 은퇴한 칼 립켄 주니어(볼티모어 오리올스)를 미국 팬들이 ‘야구인의 표상’으로 꼽는 것은 그가 성실과 겸손의 미덕을 갖춘 모범적인 야구선수였을 뿐만 아니라 가정에선 훌륭한 가장이었기 때문.
한화 송진우(36·사진) 역시 국내 프로야구의 대표로 꼽을 만한 선수다. 14년째 야구를 하면서 한번도 잡음이 들리지 않았을 정도로 철저한 자기관리에다 뛰어난 기량, 성실함을 두루 갖췄고 여기에 10대 못지 않은 체력까지…. 집에서는 아내와 두 아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가장이다.
그가 이처럼 안정되게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데는 무엇보다 ‘모나지 않은 성격’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일부에선 “우유부단하다”는 지적도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냉정함과 긍정적인 사고방식은 마운드에 섰을 때와 야구 외적인 면에서 평상심을 유지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됐다.
송진우와 함께 프로야구선수협의회의 중추적 역할을 맡았던 삼성 양준혁은 “(송)진우 형이 아니었다면 선수협이 인정받기 힘들었을 것이다. 진우 형은 선수협 내 강성파와 온건파를 두루 헤아리는 원만함을 갖고 있었다”고 말한다.
경기에 나갔을 때도 그의 침착함은 1회부터 9회까지 유지된다. 선발과 마무리 어떤 역할을 맡겨도 제 몫을 해낼 투수. 감독의 ‘밀어주기’가 있긴 했지만 92년 19승17세이브로 사상 첫 다승왕과 구원왕 동시 석권도 송진우가 아니었다면 해내기 힘들었다.
10년 넘게 팀의 에이스로 활약해온 송진우. 백전노장인 그도 요즘엔 부담스러운 게 한 가지 있다. 바로 역대 프로야구 개인 최다승기록 경신. 선동렬(한국야구위원회 홍보위원)과 146승으로 타이인 송진우는 앞으로 1경기만 이기면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일단 23일 열리는 대전 SK전이 신기록 달성경기로 유력. 요즘 이례적으로 경기 전 기자들과의 만남도 모두 사절하고 있는 송진우는 “주위에서 너무 신경을 써주니까 오히려 긴장된다”며 영 마뜩지 않은 눈치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