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아파트 층간소음 시공사 배상책임"

  • 입력 2002년 4월 23일 18시 12분


‘아파트 윗집의 아이들 뛰어다니는 소음은 시공회사 책임.’

경기 광주시 A아파트 14층에 사는 강모씨(51) 부부는 밤마다 제대로 숙면을 취할 수 없었다.

2000년 10월 ‘전원 아파트’로 알려진 이곳에 입주한 강씨 부부는 윗집의 아이들 2명이 뛰어다니는 소음과 문을 여닫을 때 나는 소리와 진동 등으로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원래 그러려니…”하고 한동안 참던 강씨 부부는 위층에서 소음이 계속되자 결국 찾아가 항의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윗집 최모씨(41) 부부는 “우리 아이들은 다른 집보다 얌전한 편이며 더구나 늦은 시간에 뛰어다닌 적도 없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참다 못한 강씨 부부는 지난달 위층에서 나는 소음과 진동 등으로 정신적 피해를 보았다며 윗집 주인 최모씨(41)와 시공업체인 B산업개발을 상대로 7000만원의 피해배상을 요구하는 재정신청을 환경부 산하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냈다.

중앙환경분쟁위가 설립된 이래 ‘아랫집과 윗집간의 이해 사항’으로 간주돼온 아파트 소음 문제로 재정신청이 들어온 첫 케이스였다.

조정위는 전문가를 통해 현장 조사를 한 결과 위층에 거주하는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인 어린이들이 다소 심하게 뛰어다니는 편이지만 근본적으로 이 아파트가 걸어다니거나 출입문을 닫을 때 울림 현상이 심하고 층간 소음이 참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심지어 윗집이 비어 있을 때도 아랫집에서는 심각한 소음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아랫집은 당연히 그 소음의 원인을 윗집 아이들 때문으로 여기고 있었다는 것.

강씨의 집에서 오후 4시반경 측정한 소음은 무려 59㏈. 우리나라에서는 실내 소음 기준이 없지만 이 정도의 소음은 ‘옆에서 사람들이 보통 목소리로 대화하는’ 정도다.

조정위는 특히 이 아파트의 바닥과 벽의 콘크리트 두께가 관련 법규가 정하고 있는 15㎝ 이상이 되지 않았고 바닥 충격음을 차단할 수 있는 구조로 시공되지 않은 것이 이 같은 소음의 원인임을 밝혀냈다.

이에 따라 조정위는 ‘아파트는 바닥과 벽의 두께를 15㎝ 이상으로 하고 바닥의 충격음을 충분히 차단할 수 있는 구조로 해야 한다’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14조를 위반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는 아파트 윗집 아이들이 내는 소음이 그대로 아래층에 전달될 경우 시공회사에 그 책임이 있음을 인정한 첫 유권해석.

시공업체측은 이 결론을 그대로 인정하고 강씨 부부와 서둘러 흡음재 보강 등 방음 방진대책을 세워주기로 합의했다. 만약 시공업체측이 이 유권해석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조정위측은 법적 구속력을 갖는 피해배상 결정을 내리게 되지만 시공회사측이 유권해석을 받아들임에 따라 합의로 끝난 것이다.

한편 이번 유권해석에 따라 앞으로 아파트 층간 소음과 관련된 유사한 피해배상 및 보수공사 요구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조정위 신창현(申昌賢) 위원장은 “아파트 소음 문제는 이웃간 불화를 불러오기 때문에 문제 제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번에 층간 소음의 원인 중 하나가 부실 시공임이 밝혀진 만큼 시공업체를 상대로 한 피해배상 요구가 많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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