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식 외교부 차관보는 어제 국회에서 정부가 최씨의 도피를 막기 위해 아무런 공식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실토했다. 이 차관보는 미국 측의 협조를 받기 위해서는 법무부의 공식 요청이 있어야 하는데 요청이 없었다며 책임을 떠넘겼으나 그렇다고 해서 외교부가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외교부가 사전에 주미 대사관을 통해 미 국무부에 최씨의 억류 또는 공항 내 면담을 공식 요청했더라면 사태가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외교부는 또 그가 미국에 도착하기 전 상세입국심사 대상자로 분류됐다고 밝혔다가 한국 측의 사전통보가 없었으면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유나이티드항공(UA) 측이 ‘그렇게 분류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을 표시했던 것”이라고 말을 바꾸는 등 갈팡질팡하고 있다.
경찰청은 출국을 막기 위해 기민하게 대응하지 않은 데 이어 수사국장이 미국으로 이동 중인 최씨와 전화통화를 하고도 사흘간 쉬쉬하는 등 출국 과정에서 석연치 않게 행동했고, 외교부와 법무부는 그의 미국 입국 과정에서 전혀 손을 쓰지 않은 것이다. 관련기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최씨의 해외도피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추진됐다는 ‘기획 도피’ 의혹을 점점 증폭시킬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최규선씨가 주장한 ‘청와대 밀항 권유설’도 해소되기는 어렵다.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하지 말고 도피과정을 파헤쳐야 한다. 사죄할 것은 사죄하고 처벌할 사람은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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