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 한해 예산이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포함해 4조원 정도니까 그 절반이 넘는 액수가 빚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부산 시민 1인당 70여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지금 부산시가 이렇게 큰 부채를 청산할 능력을 제대로 갖고 있지 못하다는 데 있다.
그래서 다시 빚(지방채)을 내어 빚을 갚는 일을 반복하면서 한 해에 약 1600억원(최근 3년간 5000억원가량) 정도의 혈세를 이자로 물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시가 엄청난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원인은 지방채를 발행해 개발하고 있는 택지가 제대로 팔리지 않고 있는 데 있다. 명지주거단지, 신호공단, 센텀시티 등 부산 지역 발전을 앞세워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사업들이다.
지난해 결산검사위원들의 의견에 따르면 이 3대 사업을 통해 무려 35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한다. 빚으로 하는 사업의 결과가 이렇다면 남아 있는 땅을 빨리 매각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사업 검토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지하철공사는 지나친 설계 변경으로 당초보다 무려 3500억원이 더 들어가면서 가용 재원이 부족해 결국은 막대한 부채를 투입하고 있다.
그리고 광안대로 등 각종 다리공사에 엄청난 돈이 투입되면서 부산교통을 연결해주는 각종 터널공사는 민자유치(민간 빚)로 추진되어 시민들은 지나는 곳마다 통행료를 물고 있다.
그 결과 다른 분야의 예산 편성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어 추진하던 사업들은 찔끔 공사, 나눠먹기 사업이 되기 십상이다.
이제 무리하고 무분별한 사업 추진을 차단하기 위해, 그리고 이자로 낭비되는 혈세를 막기 위해 부산시는 일정 기간 신규 부채(지방채)를 내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현재 2조5000억원의 부채를 신속하게 정리할 특단의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수입 범위 내의 지출’이라는 명확한 방침을 세워야 한다.
즉 지방세 수입 범위 내에서 지출예산을 편성하고, 그래도 부족하다면 국세를 지방세로 이전시키는 노력과 세금을 체납하고 있는 시민들로부터 세금을 확실히 걷는 일부터 먼저 실행해야 한다.
아울러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이 참가하는 ‘회계 감시관’제도를 도입해 형식적인 결산이 아니라 일상적인 회계감사 활동이 진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예산편성 단계에서부터 새로운 투자사업을 철저히 심사하는 ‘중장기 재정계획 심의위원회’를 실질화해야 한다.
또 부산시가 추진하는 사업 항목마다 ‘구체적인 도달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근거로 필요 예산을 편성하는 ‘성과주의 예산제도’를 도입해 시민들의 혈세가 시민들의 삶의 질을 얼마나 개선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동환 부산경실련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