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난 한해 동안 러시아에서 명태 민간 쿼터 16만5000t을 받았으나 올해는 하나도 따낼 수 없게 됐기 때문.
▽국내 파장〓한국이 한해 동안 소비하는 명태는 약 40만t으로 직접 가치와 가공에 따른 부가가치를 합하면 시장규모가 1조원대에 이른다. 이 가운데 15만t은 어묵과 게맛살 등을 만드는 연육(분쇄 살코기)으로 주로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냉동 명태 소비량은 24만t으로 지난해의 경우 20만t은 러시아 해역에서 잡았고 나머지 4만t 정도를 수입했다. 올해는 민간쿼터 확보에 실패, 냉동 명태 수요 24만t 가운데 17만3000t가량을 수입해야 한다.
명태는 오징어와 함께 국내에서 소비량이 가장 많은 대중적 생선.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수입 명태는 한국 수산업체들이 잡아오는 명태에 비해 가격은 약간 비싸지만 질은 크게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명란젓은 원래 수입의존도가 높아 이번 쿼터 확보 실패에 따른 충격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달 말 현재 명태 재고는 정부 2171t, 민간 5만9777t 등 모두 6만1948t이지만 국내 명태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부족한 규모다.
▽민간 쿼터 확보 실패 원인〓해양부는 한국이 지난해 서베링해와 오호츠크해에서 각각 민간 쿼터 16만t과 5000t을 따낸 점을 감안할 때 올해 14만t을 확보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해왔으나 크게 빗나갔다.
한국이 작년에 많은 민간쿼터를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러시아 어선들이 처음 도입된 쿼터 입찰제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면서 참여 자체를 거부했기 때문. 그러나 올해는 러시아 어선들이 지난해와 달리 입찰에 대거 몰려들어 쿼터가 모두 소진됐고 입어료도 지난해의 t당 108달러에서 113∼133달러로 치솟았다.
러시아의 명태 총허용어획량(TAC)이 지난해 절반 수준인 93만t으로 줄었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됐으나 해양부는 지나치게 낙관해왔다.
▽정부대책〓해양부는 명태 가격동향을 살피면서 가격안정자금 등 농안기금을 활용, 수입 비축물량을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또 지속적인 물가단속을 실시하고 한국 수산업체들이 러시아 어장에서 합작 및 공동어로 사업을 늘릴 수 있도록 검사기준을 완화하는 문제를 러시아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박재영(朴宰永) 해양부 차관보는 “명태가 필수품은 아니기 때문에 공급이 줄어들면 수요도 따라서 줄어들 것”이라면서 “다만 가격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차관보는 “인도양 심해어장과 칠레주변어장 등 새로운 어장을 개발해 조업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어업인이 기존 어선을 폐선하고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면 필요한 자금을 융자하는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