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걸 박사과정 밟지 않아 체류자격 논란

미국 남캘리포니아대학에서 발부 받은 김홍걸씨의 ‘학위 및 등록인증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가 미국 남캘리포니아 대(USC)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는 일부 언론보도와 현지 유학생들 사이에 나도는 풍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미국 퍼모나대 태평양연구소(PBI)의 연구원도 아니고 유학생 신분도 아닌 그가 무슨 자격으로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지에 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홍걸씨의 USC 행적=동아일보가 25일 남캘리포니아 대에서 발부받은 홍걸씨의 학위 및 등록인증서 (degree & enrollment verification)에 따르면 그는 94년 8월31일 이 대학의 국제관계학과 석사과정에 입학, 7년만인 2000년 5월12일 학위를 취득했으나 박사과정에 등록한 일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사 및 등록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들은 “2000년 5월 이후의 학적을 전혀 찾을 수 없다” 고 말했다.

대학 측이 밝힌 학적에 따르면 홍걸씨는 석사과정을 밟는 동안 95년과 96년, 97년에 한 학기(4개월)씩 모두 세 차례에 걸쳐 1년간 휴학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96년 5월부터 97년 4월까지 1년간 실제로 수업을 들은 기간은 4개월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 이 대학 인문계열서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유학생 김모씨(30)는 “대부분의 유학생들은 비싼 학비 때문에라도 가능한 빨리 학위를 따려고 하나, 홍걸씨는 학업엔 별로 뜻이 없었던 것 같다” 고 말했다.

▽미국 체류 자격 논란=청와대는 홍걸씨의 미국 체류 자격과 관련해 그가 PBI 연구원 자격으로 방문연수용 비자인 J1비자를 얻어 미국에 체류하고 있으며 올 10월22일까지 비자가 연장된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즉, J1비자는 초청기관의 사실확인이 있어야 비자 발급 또는 연장이 가능한데 홍걸씨의 경우 초청기관인 퍼모나대 측이 지난해 9월 이전에 홍걸씨의 비자 연장을 해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홍걸씨는 지난해 12월 연구소를 그만뒀기 때문에 미국 이민법상 이 비자는 현재 법적 효력을 상실한 상태라고 이민 전문 변호사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 경우 미 공항의 입국심사관은 비자만을 보고 입국을 허용할 수 있으나, 이민귀화국(INS)에선 비자의 목적과 체류기간을 위배한 불법체류자로 간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워싱턴의 한 이민법 전문 변호사는 “홍걸씨가 다른 연구소나 학교를 통해 새 비자를 발부받지 않았다면, 현재 홍걸씨의 비자가 형식상 올 10월까지 유효한 것과는 상관 없이 그의 미국 내 체류는 INS에 의해 불법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25일 ‘PBI’ 측에 홍걸씨의 정확한 비자 상태에 관한 질의서를 보냈으나 아직 회신을 받지 못했다.

<한기흥특파원·윤상호 기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