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인터넷 열풍을 선도하며 세계 증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던 ‘스타 애널리스트’들이 투자 오도 혐의로 미국 정부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이들로부터 손해를 본 투자자들은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메릴린치의 투자정보 왜곡 사건을 수사해 온 뉴욕 검찰은 25일 조사 대상을 모건스탠리, 살로먼스미스바니(SSB), 크레디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 등 다른 주요 증권사들로 확대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뉴욕증권거래소(NYSE) 전미증권업협회(NASD) 등은 잘못된 투자정보를 제공했다고 의심되는 애널리스트들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 최근호(5월 13일자)에 따르면 가장 심각한 곤경에 빠진 ‘스타 애널리스트’는 잭 그루브먼(SSB), 메리 미커(모건스탠리), 프랭크 쿼트론(CSFB), 헨리 블로젯 등 4명.
포브스는 이들이 거래 기업으로부터 투자 수수료 수입을 늘리고 벤처기업들의 기업공개(IPO) 열풍을 조성하기 위해 부풀린 투자 정보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잡지는 또 이들이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해 집중적으로 ‘사자’ 의견을 내놓아 개인적으로 최고 1억달러의 수익을 올린 혐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중 SSB의 그루브먼씨는 증시전문 웹사이트 스트리트닷컴에 의해 2000년 통신분야 최고의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던 인물. 그는 지난해 초 통신기업 주가 폭락에도 불구하고 AT&T, 월드컴사의 주식을 사라고 강력히 추천하는 보고서를 냈다. 뉴욕 검찰은 25일 그루브먼씨에게 어떤 근거로 이들 기업의 주식을 사도록 추천했는지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그루브먼씨의 투자 권고에 따라 글로벌크로싱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2월 글로벌크로싱이 파산하자 12일 그루브먼씨를 상대로 1000만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인터넷의 여왕’으로 불리던 모건스탠리의 미커씨도 소송을 당했다. 지난해 8월 40만달러를 주고 투자자들과 법정 밖 화해를 한 미커씨는 이달 초 왜곡 투자정보 제공 혐의로 뉴욕 법원에 다시 제소됐다. 미커씨가 1일 야후 주식을 사도록 강력히 추천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후 야후 주가가 오히려 떨어지자 월가에서는 ‘이제 미커는 끝났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쿼트론씨는 CSFB의 인터넷 분석사업을 개척해 명성을 쌓았다. 인터넷 분야에서 전혀 두각을 내지 못하던 CSFB는 1999년 쿼트론씨를 영입한 후 인터넷 기업들에 대한 긍정적인 보고서를 연이어 발표하면서 2000년 가장 많은 인터넷 기업의 상장을 중개한 증권사로 급성장했다.
CSFB의 인터넷 사업을 총괄하는 쿼트론씨는 CSFB가 상장을 중개하기로 한 인터넷 기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지 못하도록 부하 직원들에게 지침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투자 분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CSFB는 지난해 7월 그의 심복 직원 2명을 해고시켰으며 그에게도 사임을 종용하고 있다.
블로젯씨는 월가의 스타 애널리스트 중 가장 먼저 불명예 퇴진한 인물. 인터넷 열풍 당시 각광받던 블로젯씨는 2000년 6월 나스닥 시장이 폭락한 뒤에도 ‘인터넷 분야가 침체에 빠져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전망이 좋다’는 보고서를 발표해 투자자들로부터 항의를 받다가 지난해 11월 메릴린치로부터 명예퇴직을 당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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