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이타마(埼玉)시 오토초등학교의 점심시간. 학교 급식으로 비빔밥과 떡국 국물이 나오자 6학년 하시모토 가즈키(橋本和樹·11)는 비빔밥 두 그릇을 뚝딱 해치우며 소리쳤다. “저요? 매운 것도 잘 먹어요. 한국 음식은 뭐든 다 좋아해요.”
사이타마 등 10개 월드컵 개최도시의 초중학교에서는 요즘 급식 메뉴에 한국 등 참가국의 요리를 넣었다. 외국 음식을 통해 문화를 익히게 한다는 취지.
그러나 어린이들에게 이미 한국 음식은 낯설지 않다. 오토초등학교만 해도 거의 모두가 평소 한국 음식을 즐겨 먹고 있다.
‘한국요리 동호회’라는 식도락 모임은 직장인 10여명이 한 달에 두 번씩 한국 음식점을 순례한다. 자주 찾는 음식은 닭갈비 부대찌개 해물탕 보쌈김치 등 가정요리. 전에는 한국 음식이라면 ‘야키니쿠(불고기)’가 전부였으나 요즘엔 뭐든지 먹을 수 있다는 게 큰 즐거움이다.
간사를 맡은 다카하시 요이치(高橋要一·43·회사원)는 “처음엔 직장동료 3명과 한국 음식점을 자주 다니다가 아예 동호회를 만들었다”며 “우리처럼 한국 음식을 찾아다니는 모임이 주변에 부쩍 늘었다”고 설명한다.
동호인 모임이 아니라도 한국 음식은 이미 일본인의 식생활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도쿄는 물론 전국 두메산골이라도 한국 음식점이 없는 동네가 없을 정도. 데니즈 등 외식 체인점이나 도시락 업체에서도 닭갈비나 돼지고기 김치볶음 등을 단골 메뉴로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햄 소시지 등을 넣고 얼큰하게 끓이는 부대찌개도 젊은이들 사이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일반 가정의 식탁에도 한국 바람은 거세다. 도쿄 고급 주택가의 대형슈퍼 피코크는 출입구에 김치 김 고추장 등 한국 식품을 배치해 손님을 끌고 있다. 웬만한 슈퍼마켓에 가면 기본적인 한국 식품은 거의 다 살 수 있다.
한국 대표식품 김치는 일본에서 다쿠앙(단무지) 판매량을 제치고 절임식품 1위 품목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 김치를 직접 담그겠다는 주부들도 늘어 ‘김치 담그기 한국여행’이 인기다. 요즘 일본 식품업체 사이에는 육개장 곰탕 등 데우기만 하면 되는 레토르트 식품 판매경쟁도 불붙었다.
사이타마〓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구독
구독
구독